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언젠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다시 고독하게 될 거야.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거기엔 또다시 흘러버린 1년이라는 세월이 있을 뿐이야." 』




우연찮게 보게 된 영화, 그렇지만 내 기억 한편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지체부자유인 한 장애인 소녀 조제와 보통의 평범한 대학생인 츠네오의 사랑을 담은 영화로 어떻게 보면 진부한 소재의 사랑이야기라 단정하기 쉽지만 이 영화를 만나본 이들이라면 이와는 정반대의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장애를 가진 조제는 자기 의지대로 어디 한군데도 맘 편히 움직여 다닐 수도 없어 할머니가 주워온 많은 헌책들을 품에 안은 채 그저 대부분의 일상을 자신의 방에서 보내게 된다.




이 영화 속 주인공 조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한다. 작가의 이름이 왜 그토록 낯설게 느껴졌던 것일까. 뒤늦게 그녀의 글을 만나게 된 것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에서 절대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한다. 여기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비롯해 가족, 친구, 동료 그 외 많은 관계에서의 사랑을 다 내포하고 있을 터, 무엇보다 사랑의 절대적 고독감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은 그 휴유증을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너와 나 사이에 감긴 따스한 체온을 벗어나서는 한순간조차도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유가 좋다고 아무리 외친다한들, 그것은 어차피 한순간의 쾌락일 뿐이다. 뒤돌아서면 횡횡한 벽만이 내 앞에 있고 불현듯 고독이란 서글픈 현실이 눈앞에 서 있을 뿐이다. 각자의 주어진 삶을 온 열정과 의지를 다해 살아간다하더라도 가장 행복한 순간의 정점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모든 것을 나눌 그 순간이리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 또한 이처럼 다양한 관계 안에서 한때는 누군가를 정열적으로 사랑했고 또 분에 넘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온전한 사랑의 지표가 무엇이라고 선뜻 이야기할 순 없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드러냈고 사랑을 함으로써 치러야 할 대가로 아픔을 겪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의 빛깔은 어느 순간 바래지고 말고 이런 변화에 목 놓아 울게 될지언정, 뒤돌아서면 또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 우리들이다.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 그 허망함마저도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함께 인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식의 사랑, 이것이 이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사랑법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만큼은 내가 혹은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 만다는 이 보편적 진리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은 이렇듯 우리에게 값진 경험을 가져다준다. 가슴이 아프고 쓰리고 그저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애달플지라도 또한 이 순간의 사랑이 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소유의 것이 될지라도 사랑은 모두에게 한순간의 충만함으로 자리할 것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렇듯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이들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었고 매서운 겨울  바람이 느껴지는 이 때, 사랑이 가진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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