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여행을 멈추다 - 멈추는 순간 시작된 메이의 진짜 여행기
메이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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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보석 같은 하루 24시간을 우리는 큰 변화 없이 똑같은 일과를 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이 시기에 가끔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 자신의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귓가에서 혹은 내 가슴 안에서 그토록 열망하는 무언의 메아리를. 이 울림에 귀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저자의 여행담이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나라들 중 왜 하필이면 인도를 택하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결코 이른 나이라고는 할 수없는 서른 두 살의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이 직업이 무색하지 않게 그녀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그가 만난 인도 사람들과 그 곳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짧은 형식을 들어 보여주고 이로써 독자들은 조금 더 친근하고 유쾌하게 인도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면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은 찰나의 시간인 것 같다. 아무리 수십 번 마음으로 생각하고 준비한다한들, 발걸음을 떼지 않으면 시간만 허송세월하는 일일 뿐. 진정한 도전의 출발은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이고, 그 과정 안에서 이전에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다양성을 바라보게 되고 두렵기만 했던 외벽을 걷어낼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내 삶의 가장자리 안에 주어진 기회들을 혹여 보지 못하고 지나칠까봐 내 스스로 전전긍긍하고 또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이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저자가 안락함을 뒤로하고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타지에서 마음을 열지 않으면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타지 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도의 실상을 눈으로 보고 오히려 그들을 돕고자 발로 뛰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놀라웠고 그녀가 그 곳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나 역시 공감하게 되었다.




그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예절과 삶의 방식을 그 곳에 머무르며 배우고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아파하고 또한 이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그녀, 인도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게 되었을까. 인도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는 협소한 지식뿐이었다. 억압적인 신분제도가 당연시 되듯 통용되고 있는 나라, 카스트 제도의 굴레로 인해 많은 이들은 아직까지도 고통 받고 있다는 것. 그녀가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제도는 족쇄나 다름없었다.




가끔 책을 통해 내가 쉽게 행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많은 일들을 그저 묵묵히 해내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낯선 타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어줄 만큼 봉사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손발 벗고 척척 해내는 이들을 만날 때면 그저 놀랍고 또 같은 한국인으로써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내겐 그런 존재로 다가왔다. 처음의 목적과 달리 그녀를 그 곳에 붙들어 놓은 것은 황소 눈만큼이나 순하고 착한 인도인들의 마음이었으리라. 인도에서 머문 시간은 그녀의 삶에 또 다른 시작을 부여하리라 믿는다. 언젠가는 나 또한 그러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그 날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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