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말 워쇼 사진, 이진 옮김 / 이레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아무런 준비 없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우에는 못 다한 일들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야말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내기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우리는 엄청난 분노와 회환, 슬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런 감정들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결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나눔으로써 죄책감이나 두려움, 수치심을 버리고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p86』




우리는 저마다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린 그야말로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나의 자의로 인해 이 생애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아니지만 수천 만분의 1확률을 뛰어넘는 경이로움을 가진 일이기에 항상 부여받은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기나긴 삶의 매 순간을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생의 막바지에 다다르게 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긴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지만, 그저 막연히 그 날을 맞닥뜨리는 것보다야 미리 그 날을 준비하며 더 없이 소중한 매일의 일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 어떻게 살아갔는지 그 여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들의 삶의 마지막 순간이 그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먼 훗날 내게도 찾아올 순간이기 때문이리라.




미처 준비도 하지 않았을 때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잠깐이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탁 막히고 심장이 멈추는 듯하다.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받아들일 수는 없으리라. 그저 왜 하필 내가 이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울 것이며 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을 치고 애써 부인하려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그저 허망할 뿐일 것이다. 정신 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남은 생애를 살아가려고 하는지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보여준다. 무엇보다 감추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생생하게 전한다.




삶이란 이렇듯 누구에게는 매순간 깨어있고 싶은 순간이며 또 누구에게는 그저 지루한 공상의 나날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를 찾기까지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또 그 안에서 내가 진정 꿈꾸는 삶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삶에서는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뒤로 물러서거나 침체되어 있지 않고 그들은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찾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꼈다.




죽음이 그저 허망하고 안타까운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하려 하는 듯하다. 물론 그러한 긍정의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만큼 더 살아있는 순간 나를 표현하고 더욱 나를 발전시키며 멋지게 살아가야 하리라. 탄생과 죽음은 어쩌면 대등한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불현듯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 그 놀라운 삶의 순간을 우리는 더욱 후회 없이 살아야 하리라. 마치 내일의 삶이 내게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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