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 세상 모든 사랑의 시작과 끝
존 스펜스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우연히 본 이 영국 영화가 이토록 나의 마음을 녹일 줄이야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흥미롭게 본데다가 주인공들의 연기 또한 출중하여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듯하다. 제인 오스틴, 그녀의 작품을 많이 접해온 것은 아니지만 단 한 작품을 통해서라도 누군가의 마음과 귀를 열었다면 이 또한 놀라운 능력이 아니겠는가. 더할 나위 없이 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모두가 그러하듯 기회가 닿지 않는 한 쉽게 발설되지 않는 한 작가의 주관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으리라.




그녀가 그려낸 수많은 인물과 계급 그리고 사회상을 넘어 이 책은 오로지‘제인 오스틴’ 이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한 여자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일. 그녀의 가족사에서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까지 그녀 또한 평범한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너무나 평범한 그녀의 일상이 한편으론 놀랍고 또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녀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누구에게는 더없이 소중하지만 또 누구에게는 숨기고 싶은 존재일지도 모를, 가깝고도 먼 관계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녀의 고조할아버지가 남긴 유산 상속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런 주관적인 삶의 원형은 그녀가 남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어 우리에게 전해진 듯하다. 그저 하나로 단편화되어 있지 않은 인물상과 가족상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모습까지 우리가 접해온 그간의 이야기들은 그녀의 삶의 한 부분일 수도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녀의 사랑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타인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 아닌, 제인 오스틴이 직접 경험한 사랑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 부분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작가기에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도 보통의 이들 이상으로 풍부하고 감상적이지 않을까 상상했었지만 의외로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잠재우고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면면을 가진 듯하다. 오히려 더 담담하고 흔적 없이 한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타인을 온전히 내 품에 담고 있었다면 이 역시 사랑인 것이니까.




사랑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우리가 이 생애에 태어나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영원성을 빛내고 있는 하나의 별이 아닐까 싶다. 비록 그녀의 삶은 40여년의 짧은 생애로 마감하였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다양한 시대와 계급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인물들은 그녀가 살아있을 때 함께 했던 누군가였고 또 그녀 자신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특별하다면 특별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하나의 전기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그녀의 삶을 소설화한다면 어떨까. ‘비커밍 제인’이라는 영화 또한 그녀의 사랑을 매개체로 그려진 것이라고 하는데 조만간 한번 찾아봐야겠다. 허구와 상상의 조합으로 탄생된 예술도 좋지만 진실을 바탕으로 조금 더 내밀화된 이야기 또한 우리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본다. 제인 오스틴을 만나려면 이제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