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저마다 자기 앞에 놓인 삶의 여정을 따라 살아나가며 때때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고 이로써 자신 스스로의 한계에 맞서 나간다. 드넓은 강물의 잔물결처럼 큰 변화 없이 그저 고요하고 아늑한 삶만을 마주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이 역시 우리들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닐 터, 긴 인내와 노력이라는 과정을 통해서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정한 이상향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내 앞에 놓인 삶의 지렛대가 탄탄하게 균형을 잡아줘야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고 힘의 작용이 고루 이루어져 바로 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 독일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이 자신이 직접 체험한 특별한 순례 여정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고 어느 순간 모두가 인정하고 찬사하는 최고의 인기인이 된 그가 어떤 계기로 여행을 생각했던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저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그 마음 하나로 달려온 길, 그렇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건강이리라.




그가 가속력을 다해 달리는 동안 그의 몸 상태는 최악의 상태로 변해갔고 그 가운데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으리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쉴 새 없이 걸어왔던가. 생각해보면 어떤 일을 행하게 되는 계기는 순간의 깨달음에서 오는 것 같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내게 그가 택한 순례자의 길은 참으로 특별하게 다가왔고 한편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누구나 무엇을 해보리라 다짐하기는 쉽지만 진정 행하기란 쉽지 않는 법, 그럼에도 그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2일간의 순례여정을 시작했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아 정체성과 삶 안에서 마주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게 되고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다. 그 동안 그에게 무엇이 부족했겠는가. 인기와 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가장 행복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을 그가 이 여행길을 통해서 신에 대한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되고 많은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저 안락하고 여유 있는 여행길이 아닌 그 자신을 시험하고 육체적 고단함도 이길 수 있는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쳐보는 그 길이 그에겐 훗날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할 것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출발 선상에 섰을지라도 종착지에 도착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사람들은 불굴의 의지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도전한다. 천주교 신자인 나도 언젠가 한번쯤은 그들이 걸었던 성지 순례 길을 따라 거닐 수 있길 소망해본다.

여행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과 닮은꼴이다. 홀로 걸어가야 하고 그 길에서의 어떤 장애물도 스스로 무력화시키며 긴 인내와 노력을 해야만 도달할 수 있고 무언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 그래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초심의 마음으로 걸어가다 보면 맞닿을 수 있는 그 길. 그의 용기어린 희망과 도전의식에 박수를 보내며 그 앞에 놓인 나머지 삶의 길에서 진정 그가 원하는 것을 찾고 이뤄나갈 수 있길 바란다. 나 또한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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