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오기와라 히로시’그간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통해 이 작가에 대한 평을 들어왔고 뭔지 모르는 유쾌함 속에서 또 하나의 감흥을 준다기에 진작부터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이제야 닿았다. 샛노란 표지에 덩그러니 검은 달걀 하나 그리고 평범치 않은 제목, 이는 쉽사리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일부러 고집해온 것은 아니지만 그간 접한 소설들 중 절반은 아마도 일본 소설일 것이다. 한 때는 그저 가벼운 이야깃거리에 치중한 소설이라는 나의 편견도 최근 접하게 되는 작품들을 통해 이 역시 기우였음을 깨닫게 한다.




서른 세 살의 조금은 철없는 동물 수사 탐정 슌폐이와 무려 여든 여덟 살의 나이에 비서일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의 할머니. 이 두 주요 인물이 펼치는 유쾌한 이야기가 이 한권의 책 속에 가득하다. 일부러 조합하려해도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만남은 읽는 내내 그저 풋-하고 웃게 만든다. 집 나간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일을 주로 하는 그는 가슴 속에 늘 품고 있던 소망과 괴리가 너무나도 큰 할머니를 자신의 비서로 맞게 된다. 이들을 비유하자면‘덤 앤 더머’라고나 할까.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하게 된 이 두 사람 앞에 펼쳐진 나날들은 그저 한순간도 웃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저 가볍게 웃고 있는 사이 이들은 정말 결코 가볍지 않은 살인 사건과 맞닥뜨리게 되고 이로써 하나의 추리적인 성격을 내포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나간다. 그저 도움이 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 늙은 할머니와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오히려 더 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어느새 이들은 하나의 환상의 커플이 된 듯하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어느새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마치 할머니와 손자처럼 그 누구보다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려는 슌폐이와 아야. 그리고 이들 곁에서 무언의 도움을 주는 인물들. 모든 캐릭터가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서일까. 이야기 속의 그들은 살아있는 캐릭터로 자신의 성격을 표출하고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저 보통의 평범함을 넘어 한때는 상처를 받기도 했으며 자유의지가 아닌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받는 입장이면서도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을 내포하고 있는 선한 인간들의 표상을 만나게 되니 뭐랄까.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살아가도 손가락질 받지 않는 세상, 쉽게 자신을 드러내버리면 모두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마저 하락하고 말 것 같은 느낌. 이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을 애써 초라하지 않은 듯 부풀려 포장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조차도 결코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기에. 항상 겉으로 우스꽝스럽고 유쾌해보였던 노년의 할머니‘아야’의 감추어진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더 가슴이 아려왔다.




유쾌함과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마지막엔 생각지 못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의도가 잘 맞아 떨어진 듯하다. 독자들은 알게 모르게 이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생명체를 가진 동물에 대한 또 다른 시각과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는 한 노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만나고 함께 하는 과정 그리고 헤어짐의 그 순간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가는 듯하다. 기회가 되면 이 작가의 또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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