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그의 자전적 소설

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았을 책,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읽어도 좋을 동화 어린왕자. 이 책의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소설을 내놓았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응수해 나아간다. 그 길에는 자신의 의지와 타인에 의한 혹은 여타의 상황들로 인해 우연찮은 기회에 행하게 되는 일들도 많다. 찰나의 선택이 한순간 나의 운명을 바뀌게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생텍쥐페리의 삶 또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군 입대 시절 비행기 수리 작업을 하다가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비행사라는 직업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하늘을 가르는 푸르른 창공을 바라보며 그는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저 높고 높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얼마나 작은 점과도 같을 것일까. 생각해보면 인간의 온갖 세상사도 일편의 장막에 불과한 것이리라.

생텍쥐페리는 비행을 하며 자신의 일과 우리들의 발아래에 놓인 긴 인생길에서 닥치지 않고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었을 때 가장 일차적인 슬픔을 경험한다고 한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누군가와의 처절한 이별을 경험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 그가 사랑하는 동료의 사고, 그로 인한 관계의 연결성을 잃어버렸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가지게 되었을지 쉽사리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항상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는 우리들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일어나는 듯하다. 그래서 인간의 삶이란 소리 없는 아우성과도 같은 것이리라. 비행을 하며 그가 겪은 소소한 일상과 삶에 대한 통찰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새로운 일을 행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비행을 하기 전 그 또한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을 가졌으리라. 그리고 비행을 하게 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온갖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고 그 역경 속에서 인간의 한계성에 스스로 대면하는 듯 스스로 이겨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가끔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의 편이 아닌 듯 보이지만 어차피 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삶에의 의지가 아닐까.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이지 않는 희망과 끝없는 절망에 목이 메여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그 믿음, 그에겐 무엇이 그러한 동요를 일으킨 것일까. 몇 년 전 참 인상 깊게 본 톰 행크스 주연의‘캐스트 어웨이’비행기 추락사고 후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한 남자가 생존을 위해 그 환경 안에서 적응하며 외롭게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그가 겪은 모든 삶을 이해할 순 없지만 생텍쥐페리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리라.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희노애락의 많은 감정들, 그 틀 안에서 많은 의미부여를 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