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 있을까.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조차 지금은 그저 희미한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 때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빛바랜 추억 속의 사진들 때문일 것이다. 그 날 그 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리운 채 웃고 있는 꼬마 아이. 우리가 살아가는 찰나의 순간순간이 모두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고 그 기억을 방패삼아 마음 따뜻할 수 있는 것처럼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수많은 고전 이야기들은 그런 의미로 각인되어 있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음직한“작은 아씨들”을 순수하고 맑은 동심을 가진 그 때의 나로 되돌아간 듯 설레는 마음으로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성숙하고 책임감 강한 첫째 메그, 가장 활달하고 생기 넘치는 아가씨 둘째 조, 매사에 부끄러움이 많은 착한 천사 셋째 베스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 에이미. 이 네 자매가 살아가는 일상과 삶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가끔은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다시금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로 역할 분담을 맡아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잘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여자 자매가 없는 나에게는 그저 부러움이 대상이 되기도 하더라.




마치가 집안의 어머니가 보기에 네 딸들은 아직 어리게만 보이고 그들과 맞닿아 있는 모든 일에 통제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그저 과도한 걱정에 불과할 뿐이다.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운 일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존중의 인격체로 함께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지 못할 만큼 그들의 어머니가 방향등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질서정연하고 바른 인격체의 여성으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리라. 또한 각 에피소드에 따른 일러스트를 책의 중간 중간에 배치하여 독자들은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조금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네 명의 귀여운 아가씨들에게 어느새 동화되어버리고 만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중재하는 장녀의 역할을 하는 메그의 입장에 많은 공감을 느끼게 되고 자기만의 다락방에서 수많은 책들과 시간을 보내며 작가 지망생의 꿈을 키우는 조의 모습에도 그저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또한 수줍음 많은 베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말수가 거의 없어 담임선생님의 남다른 관심을 받아야했던 소녀시절이 내 모습이 문득 대비되어 떠오르더라. 이 만큼 이들의 모습은 지난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했다.




추억과 그리움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위로의 선물이다. 지나간 삶을 되새기고 찰나의 순간에 담긴 나를 기억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명작이 우리에게 그런 의미의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번 읽을 때보다 먼 훗날 몇 번씩 되새기며 읽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운을 우리에게 남겨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함께 읽으면 더 없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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