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배를 곯아가며 양보해야 했던 보릿고개 적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에선 그저 지나간 시간 속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춥고 배고프던 옛날에야 영양실조나 지병도 모른 채 꺼져가는 생명이 많았다지만 오늘날은 어디 그런가. 오히려 먹을 것이 넘쳐나고 풍족하여 제 2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노년답지 않은 말 그대로 젊은 언니 오빠들이 많다. 손자 손녀에게 비록 할머니, 할아버지라 불릴지언정 누가 보기에도 중년층의 어른들보다도 더욱 깔끔하고 단정하시니 나이를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지난 추석 때 한 방송사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일명“동안 선발대회”가 그것이다. 전국에서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실제 나이가 무색할 만큼 동안인 얼굴에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마저도 젊고 유쾌했다. 마치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동안의 지름길인 것처럼. 조제와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이번에는 일흔 일곱의 나이에도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고 오히려 그들보다도 더 당당하고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하며 유쾌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보였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타코씨.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소신 그대로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침체된 현재의 내 모습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자식들에게 앞에서도 당당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젊음을 유지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노년의 내 모습을 상기시킨다. 그야말로 내 인생 제 2막은 자식들을 성장시키고 난 후,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시점이라고 한다.




자식들에게 의탁하지 않고 젊었을 때 자신의 능력껏 재량을 펼치고 얻은 경제적인 자유를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나 역시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토록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꼬집어내는 작가의 시선에 놀라움과 또 한편의 후련함을 느꼈다. 어차피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혼자인 것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짝을 찾으려 노력하는지 그녀의 가치관 앞에서는 약간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 한편으로 자신이 잊고 있었던 첫사랑에 대한 설렘과 마음의 동요를 느끼기도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여자의 마음은 평생 갈대가 아니겠는가 싶다.




그저 나이가 많다고 아무 쓸모없는 노인네 취급하는 우리네 현실과 대조적으로 그녀는 가족과 더불어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이들과 너무도 유쾌한 어울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일흔 일곱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의례 젊은 세대들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끼와 재능을 발산하며 살아가는 진정한 청춘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자식 내외의 허풍에도 당당히 일침을 가하고 자기만의 일상 안에서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우타코 씨.




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솔직한 그녀의 달변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고 실로 유쾌하고 즐거웠다. 나의 노년도 이토록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 나의 모습을 우타코 할머니가 바라본다면 손녀라 생각하고 거침없는 조언을 해주실 것만 같다. 그럼, 넋 놓고 있던 내 정신이 번쩍하고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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