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떠난 여행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그 때 그 시절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더라도 한 번씩은 거쳐야 할 유년시절, 이미 과거라는 틀 안에서 정지되어버렸지만 그 추억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고 내 마음 안에서만은 늘 영원성을 가지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되어버리기 일쑤지만 내가 성장하는 동안 겪었던 그 날의 기억들은 훗날의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성장 이야기이며 추억담이다.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내 아이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한 꼬마 아이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한 아이의 눈에 비친 주변 어른들의 일상과 사랑하는 가족들과 겪은 많은 에피소드들은 마음 훈훈하고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에워싼다. 작가 폴 빌리어드의 실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더 친밀감이 느껴진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들은 그 꼬마의 일상에 흠뻑 취하고 만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었는지, 그 기억마저 흐릿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어린 시절이 나를 투영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작가의 의도 또한 우리들에게 과거로의 회귀 혹은 추억을 떠올리려 한 것이 아닐까. 현실과 맞닿아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기 쉬운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고자 그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주고 배려해준 어른들, 이들의 모습을 통해 타인에 대한 잊지 말아야 할 관심과 애정을 생각해보게 된다.

꼬마의 눈에 비친 이 세상은 아마도 호기심 천국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하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부딪쳐야 할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하나씩 배워나가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가족이 줄 수 있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주변 이웃들을 통해 느끼게 되는 갖은 감정들까지 잔잔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니 지난 나의 어린 시절을 그려보게 된다. 솔직히 기억나는 바는 거의 없다. 이마저도 쓸쓸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 앨범을 통해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기에 마음의 위안을 잠시나마 가져본다.

그저 어린 아이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하염없이 따뜻하고 평화로워보일지도 모른다. 어린 소년이 삶의 진정한 가치에 눈을 뜨는 그 때까지의 기록이 가족의 울타리만큼이나 깊고 따스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번역하신 분이 신부님이시더라. 신부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위기의 순간마다 하늘에서는 분명 응답을 주신다. 그 때마다 쉽게 좌절하고 넋을 놓고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어린 시절, 그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터득하고 부딪치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발버둥 쳤던 꼬마의 모습처럼 길고 긴 성장통의 끝을 달려온 우리는 각자 자신의 순수했던 모습을 재발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가족과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그 사랑 속에서 더욱 더 멋진 청년이 될 수 있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잊을 뻔했던 나의 자아와 만날 수 있다. 언제나 잃고 싶지 않은 동심의 세계를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한 기분이다. 그 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것 또한 욕심일까?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