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 <스트로보> 개정판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이 다르고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지난날들을 그리워하고 그 시간이 다시 오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친 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법, 과거로의 회상은 언제나 내 마음 안에서만 영원성을 띈다.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길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계성을 가지고 있고 그 틈에서 한발 앞선 삶을 살아가려 할 뿐이다. 




지난날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진이다. 사진을 통해서 과거의 내 모습을 회상할 수 있고 정지된 시간 속에서의 나를 기억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듯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는 한 사진사의 일생을 시간의 흐름에 맞게 기록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만났던 많은 이들, 그들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때늦은 진실과 만나게 되는 과정을 기존의 구성과 다르게 역순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 역시 삶의 순간마다 더 열망했던 무언가가 늘 변화되어왔다. 이처럼 주인공 기타카와 역시 젊은 날 그 누구보다 크게 가졌던 열망과 꿈이 현실과 마주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일상에 고개 숙이게 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로 간주하기 쉽지만 사실 알고 보면 전체적으로 연계성을 가진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사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처음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은 누군가에게 꼭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남겨주겠노라 다짐했을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채 그저 자신의 길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한길을 걸어왔던 것일까. 비록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를 담았을지라도 뷰파인더를 통해 담긴 그 누군가는 분명 자기만의 의미를 두고 그를 찾았으리라. 그의 피사체가 되어주었던 혹은 과거 어떠한 경로로 만났던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그려져 있다.




현재의 그를 통해 과거를 돌아볼 수도 있고 젊은 시절의 그를 만나볼 수도 있으리라. 어찌되었든, 그가 지나온 삶의 기록과 현재의 모습을 통해 사진이 주는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어린 시절엔 사진 찍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이와 사뭇 다르다. 그저 순간을 기억하려 애쓰고 눈앞에 보이는 무엇이든 즉각 담아두려고 한다. 이런 변화가 놀랍기도 한 일이지만 사진을 통해 웃을 수 있고 추억할 수 있기에 더 없이 행복한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잊고 싶은 순간이 어디 있을까. 이 생애에 태어나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고 사진을 통해 기억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전체적인 이야기가 선을 긋듯 이어지고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길을 더듬어볼 수 있고 현재의 내 모습까지 교차하며 많은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버릴 누군가와의 기억, 추억 그 영원성을 지키고자 나는 오늘도 카메라를 꺼내 일상을 기록하련다. 필름이 남아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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