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내기 안도선생
쿠마가이 타츠야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보는 직업이 바로 선생님이다.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자화상을 작은 칸 안에 적어보던 기억들. 내가 희망하는 직업과 부모님이 원하시는 직업이 비록 다를지라도 그 꿈을 꾸어보던 때의 설레임은 얼마나 크고 다채로웠던가. 엊그제의 일인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내 모습엔 희미한 안개만 자욱하다. 교사라는 직업은 그야말로 많은 어린이 혹은 청소년기에 있는 이들이 자아실현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더 없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한 인물이다.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해봐도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셨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게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스승의 자리란 많은 고충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다.‘쿠마가이 타츠야’라는 작가의 이름이 조금은 생소하고 낯설지만 일본 문학계에서 소위 내놓으라 하는 상을 두루 수상한 작가라니 일련의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표지 또한 과히 인상적이다. 




스토리의 전반적인 맥락을 함축하자면 말 그대로 신출내기 안도 선생의 좌충우돌 교직 경험담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소위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과정을 고스란히 밝고 온 자가 아닌 민간기업(보험회사)에서 20년 이상 베테랑 관리직으로 근무하던 그가 교사 채용 공고를 통해 새롭게 수학 교사로의 행보를 걷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마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수없이 부딪치게 되고 예상 밖의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이기도 한다.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사회의 지각변동이라는 미명아래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고 모든 꿈들은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한 가족의 생사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맞다. 자신의 아이와 아내를 위해 좀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의 회귀를 시작해야한다. 때마침 민간 기업에서 장시간 근무한 그의 경력을 높이 사 교사로 채용한다는 취지의 공고가 떡하니 붙어 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말이 현재 그의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노력하는 자에게 하늘은 복을 내리나니! 중년의 나이에 신출내기 선생으로의 첫 걸음을 시작한 그에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연이어 벌어지고 그 안에서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조금은 어설픈 탐정으로의 활동이 게시된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맥락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교육계에서 즉시 해야 할 문제점들을 작가는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쉽게 발설할 수 없는 일련의 문제들, 그 문제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엄중한 시선으로 비판하여 변화시켜야 할 문제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교사라는 직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할 부분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직책을 이용해 불합리한 언행을 남발하는 이들도 분명 있으리라. 상식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비상식의 세계는 분명 하루 빨리 변화되어야 한다. 세대가 변할수록 그 시기에 찾아오는 갖가지 문제들도 저마다 다를 것이고 이에 대한 해답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또 다른 몫이 되리라.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많은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없이 큰 공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본분과 소명을 다해야 하는 점, 그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함을 나 또한 일깨우게 되었다. 일상에서의 가벼운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그리는 일본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