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최인호님의 솔직하고도 투명한 삶의 조화로운 이야기들과 이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준 화가 김점선님의 작품들이 한권의 책에 실려 많은 독자들을 유혹한다. 핑크색 표지에 꼭 어울리는 “꽃밭”이라는 제목의 책. 주로 소설책을 읽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그 소설을 쓴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일상에서 그리고 삶에서의 사색이나 여운 혹은 그 밖의 다양한 시각들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작가 최인호님에 대해서 가진 지식은 그리 많지 않고 그간 읽어온 책의 목록을 떠올려 봐도 쉽사리 생각나지 않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낯설지 않은 걸 보니, 오랜 시간 많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이야기하고 비록 상상과 허구의 산물일지라도 다양한 인물상을 우리에게 선보여온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소제목을 내세워 그의 주변 인물들과 가족 그리고 현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성찰 내지는 고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 인간의 인생길을 단 몇 시간 만에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거늘, 그는 자신의 삶과 그간 걸어온 길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하게 느낀 바를 그대로 이야기한다. 자신의 곁에 있어준 아내와 두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그가 소중히 생각해온 많은 인연들에 대해서도 곁가지 없이 고백한다. 또한 천주교 신자로 그가 느끼는 신앙에 대한 시각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데 나 또한 천주교 신앙인이기 때문인지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내면에 믿음을 통한 올곧은 행동양식을 지키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깨닫게 되더라.




작가의 삶이라고 해서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의 이들과 달리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의 노고 끝에 그의 업적에 맞는 위상 혹은 명성을 가지게 된 이들을 바라볼 때면 마음 한편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이 생기곤 했는데 이는 역시 나만의 기우임을 즉시하게 된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많은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인 것을. 그들도 사랑하는 아내(남편)와 자식들이 있고 한 가족의 소중한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그의 글들을 통해 소설가 최인호님의 모습보다는 남편, 아버지로써의 그의 모습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그 소중한 자식들이 성장하는 과정 안에서 부부가 겪게 되는 많은 소소한 이야기들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온 그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를 주었고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의 그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되더라. 20대의 중반을 지나서고 있는 나에게 지금의 이 책은 진정한 삶에 대한 자의식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를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길 안에서 성취하고 느끼는 바도 각양각색이다. 다만 그 길을 지나가는 걸음걸이가 얼마나 무겁고 가벼울 수 있는지는 자신의 몫에 달렸다는 것  뿐이다. 자신 앞에 놓인 그 길이 꽃밭이든 자갈밭이든 그건 우리의 마음 자세와 결부된다는 사실. 최인호님의 글을 통해 내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의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 많은 부분 공감과 배움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적인 성격이 더 강했던 그의 소탈한 삶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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