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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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가 보여주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현실의 벽을 가볍게 뛰어넘어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는 조금은 유별난 개성을 가진 이들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의 내가 그리 살 수 없기에 그들이 순간순간을 단순하고 유쾌하게 바라보며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느 한 편에서는 무척이나 부럽기도 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공중그네’이 한권만을 읽어보았지만 말 그대로 그 어느 것 하나 재지 않고 말 그대로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유쾌함의 표본이라 할 수 있었기에 꽤나 만족했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그리는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벗어난 제 2의 세계가 아닌 바로 우리가 오늘 살아가는 세상이자, 많은 이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을 다른 방향으로 그리고 있기에 더욱 더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표제부터가 참 눈길을 끈다.‘25세, 질주하는 청춘. 두려울 것도 아까울 것도 없다’이십대의 중반이라 하면, 철없이 방황하던 어리숙한 한 때의 시간들이 일차적으로 지나온 시기. 조금은 진중하게 나의 미래를 내다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더 없이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솔직히 말해, 20대의 청춘이 주는 의미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매일의 삶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았을 때 실질적으로는 아주 먼 훗날에 인생이라는 삶의 단맛과 쓴맛을 어느 정도 다 거쳐 온 이후에야 그 시간들의 주는 의미를 더 크게 이해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인생이라는 긴 항로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시간들임에는 틀림없으리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다. 다만 그 시간을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느냐는 각자의 몫인 것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모습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가 그들 마음속에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내가 혹은 내 주위의 누군가가 그렇듯, 우리가 상대에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진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한계선을 넘어서지 않게 모두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 편으로 보이지 않는 그물망을 쳐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니, 이는 최소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리라.




평범함을 넘어선 이들이 도박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며 상승효과를 낸다. 무엇보다 이들의 무모한 도전,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거침없어 보여 과연 그들이!? 하필이면 왜 그런 무모한 생각으로?!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에 대한 반감을 사게 하지 않는 것은 분명 기존에 보여줬던 ‘오쿠다 히데오’만의 작품이 본보기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누구나 한순간의 대박을 꿈꾸며 살아가는지도 모르지만 현실에서 앞뒤 상황을 가리지 않고 정면충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 역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작가의 허구와 상상의 맛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정말로 진실로 어느 순간 그들과 함께 동행 하고 있는 듯 긴박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역시‘오쿠다 히데오’만의 색깔이 담겨있는 스토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소설을 읽으면서 진중한 삶의 고찰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어느 정도 견주면서 약간의 즐거움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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