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시다 이라’는 내가 만난 일본 작가 중에 결코 가볍지 않은 스토리를 그만의 입담으로 독자들이 공감하기 좋게 그려내는 분 중의 한분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많은 책을 접한 것은 아닐지라도 한 작가가 쓴 몇 권의 책을 읽다보면 아직 독서세계에서 다각도의 깊이와 지식이 전무 하다고 생각되는 나조차도 작가의 글에서 풍겨지는 특유의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쩐의 전쟁’의 일본판 드라마의 원작이라고 하면 될까. 솔직히 말해 이 세상은 돈이 있는 자들의 것이며, 돈이 있는 이들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손에 쥘 수 있는 재물보다는 우리의 내면을 채워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과 행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당신은 말할 수 있는가. 겉으로는 수백 번, 수천 번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근본이라고 믿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하루도 돈이 없이는 먹지도 입지도 살아나가지도 못한다. 




돈만이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며 타인과의 관계 내에서도 믿음의 본보기가 되는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시기와 미움과 질투도 돈 앞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되고 허물어지는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돈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이며 무기이다. 이 세상에 태초부터 가난한 삶을 부여받은 자는 없다. 가난은 나의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벗어날 수 있는 가면일 뿐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돈 때문에 당장은 울 수밖에 없는 이들이지만 이들에게도 희망의 광명은 분명 주어진다. 물론 모두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서비스가 아니다. 늪에 빠졌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대한 마지막 불굴의 의지를 다지는 이다.‘돈’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세계에 만연해 있는 갖은 병폐를 작가는 섬세하고도 다부진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 그렇지만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사실들을 넌지시 주인공이 돈을 통해 밑바닥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진지하게 보여준다. 요즘은 젊은 세대의 사람들의 시각이 깨어있어서인지 자신의 자식들에게 혹은 자기 스스로가 경제관념을 제대로 갖추고 돈에 대한 쓰임을 명확히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관념이 없는 이들에게는 소설의 허구성을 적당히 얼버무려 내놓은 이 책이 하나의 동기유발로 작용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독자들에게는 이익일테지만.




‘이시다 이라’의 작품은 읽을 때는 가볍지만 읽고 난 후에는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일본 소설이 주는 유쾌함과 가벼움을 넘어선 중후함이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역시 돈은 돈을 부른다. 이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 헤쳐 나갈 돌파구를 스스로 찾아야한다.‘돈(머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삶의 근원지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소재이고, 다양한 시각을 내포하고 있는 무언의 메시지다. 이 책은 식상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요즘, 새로운 소재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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