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함께한 그해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광자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기발한 자살 여행’의‘아르토 파실린나’작가의 이름은 나에게 낯설고 생소하나 그 작가가 내놓은 작품의 이름을 듣노라니, 아! 그 책을 쓴 작가로구나. 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비록 그 책을 아직까지 접하진 못했을지라도 분명 신선한 존재로 각인되고 만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재치와 독특함도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이름 또한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작가 특유의 유머가 녹아있다.‘토끼와 함께한 그 해’솔직히 말해 토끼라는 동물을 매개로 한 설정 자체가 참 친근하다. 때묻지 않은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에 큰 눈망울 그리고 양쪽으로 앙증맞게 솟아오른 귀를 떠올려보라.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더군다나 학창시절 나의 별명이기도 하기에 친근함이 더하다.




이 책의 제목에서와 같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주된 핵심 내용은 일상에 지친 평범한 40대 남자 바타넨이 우연히 토끼와 동행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말 그대로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타인에 대한 이해보다 냉혹한 시선이 보이지 않는 그물 속에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에 동물만큼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생명체가 있을까 싶다. 말 그대로 대가 없는 충성, 인간의 내면적 고독을 조금이나마 격하시키는데 필요한 친구 같은 존재.




자신이 바라던 이상향의 삶을 잃어버린 채 벽에 부딪치고 마는 우리의 자화상, 바로 바타넨도 별반 다르지 않게 어느 순간 현실을 즉시 해버린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의 관계마저도‘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결혼 생활에서도 더 이상의 목적도 방향도 상실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이지 몸과 마음이 나의 이상과 꿈을 떠나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목 놓아 외치고 싶은 현대인들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게 되는 토끼와의 인연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 하게 되는 인간과 동물.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그들의 여정을 작가는 재치 있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라도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 앞에 놓인 함정을 용케도 잘 빠져나가는 듯하다. 살아야 한다는 의지만 있으면 나의 뇌가 깨어만 있다면 어떻게든 이겨나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겉으로는 한없이 약해보이고 상처받고 내내 가슴을 졸이고 있어 보일지라도 실은 인간만큼 강한 힘을 가진 이들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소설적인 배경은 핀란드라는 나라이며, 작가는 바타넨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이 진정으로 자신만의 변화와 생동감 있는 삶을 원한다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을 일깨울 기회를 만들어나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인간만이 지니고 있을 근원적인 삶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뿌리 깊은 아픔을 이겨나가는 방식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치고 직접 일깨워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애처로운 동정의 마음보다는 스스로 치유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가끔은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있어서 험난하고 나를 자극시키는 도전과 용기는 필요한 듯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진실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자기만의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것이리라. 일상에서의 일탈, 타인과 나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진정한 자아 찾기. 이 모든 것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부터 깨닫게 되는 것이니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근원적인 믿음부터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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