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사실 여행이라는 로망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으면서도 내가 떠나야 할 목적지를 산으로 염두하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다. 그저 가까운 동네 산 오른 것이 전부인 내가 그들의 여행기를 읽고 나서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산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벗어놓을 수 있었다. 산을 오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힘든 여정을 견뎌내야 하는가.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그저 위를 보고 오르고 또 올라야만 정상에 도달할 수 있고 중도에 포기라는 두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없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올지라도 꿋꿋하게 올라서야만 저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내 두 손에 지상의 면모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니 정말이지 거저 얻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허영만’하면 만화가라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허영만이라는 세 글자를 보고 와! 만화도 잘 그리시는 분이 산행까지 하시는구나. 도전의식이 높은 분이시구나. 대략의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유별나게 재미있는 이름이 눈에 띈다.‘허패의 집단가출’이라니! 청소년도 아니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어디로 가출을?! 이라는 엉뚱하게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들 역시 무슨 이유에서건 함께 떠났다. 그저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재치 있는 그림과 함께 지루할 틈 없이 유쾌하고 재미있다.




낯선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단순한 물음으로부터 첫 시도라는 부분에 있어서 두려움이 우리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해외로의 원정, 이국의 땅으로 먼 여정을 떠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해왔을까. 국내의 산은 물론이요, 이름만 말하면 모두가 헉~하고 놀랄만한 산의 등정 경험이 있는 이들의 캐나다 여행. 이들 일원 중 캐나다에 거주하는 대원의 주도로 산행을 시작한다. 눈빛만 봐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만큼 정이 가득한 대원들은 한 핏줄로 이루어진 가족만큼이나 정감 있고 함께 하는 여정 내내 서로를 위한다.




단순히 산의 산행만을 위한 목적이 아닌 캐나다의 전체적인 정경과 두 눈에만 담는 것이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장관들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이내 캐나다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만나는 뜻하지 않은 고난과 어려움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을 그들에게 제시해주고 무엇보다 즐겁고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사진으로만 그들의 여정을 엿본다는 것이 가끔은 아쉽고 배 아프기도 하지만 그 곳에 지금 당장 발을 내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캐나다에 대한 세심한 설명과 사진을 수록하여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된다.




사실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닌 동행자들이 많을수록 서로의 입장 차이와 여행을 하는 과정 중에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는 부분들도 많을 텐데 이들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시간들이 있어서인지 마치 하나로 합체된 공동체 같다. 나를 넘어선 여정,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산의 등정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단면을 축소해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산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조차도 가을 단풍이 물든 산을 찾게 만드는 조심스럽지만 매혹적인 유혹이 이미 시작된 듯하다. 올 가을엔 나도 꼭 한번 산에 오르리라. 그리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야호’하고 소리 높여 외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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