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살인사건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책을 읽는 과정에 있어서 독자들은 저마다의 기준을 두고 즐거움을 찾는다. 단순히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작가라서 특별한 거부감 없이 책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 분야의 걸출한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아 혹여 상이라도 수상한 작품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읽고 싶다는 충동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책의 제목이나 소재에서 오는 기대나 궁금증이 증폭되어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견디게 하나의 동기 부여를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작년‘X의 용의자의 헌신’를 통해 국내에 많은 팬 층을 확보한 작가‘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름이 보여주는 명성만큼이나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전의 작품들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아왔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하나의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눈으로 귀로 독자들의 마음을 흡수할 수 있는 힘, 현실에의 반영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은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한 때의 짧은 추억의 시간이 저마다의 마음속에는 다르게 기억되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여고생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여‘밀실 살인사건’이라는 테마를 절묘하게 조합해낸다. 또한 많은 상황과 주변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상하좌우로 곁눈질하여 독자들이 스스로 모두의 입장에서 예상하고 과연 누가 범인인지를 조심스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흔히 공포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리면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장소가 학교 혹은 병원과 같이 한정된 공간이다. 매우 협소하지만 그 안을 오고가는 이들은 무한하여 쉽게 누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드는 장소. 특히나 이런 곳에는 항상‘밀실’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허용된 공간이 아닌 약간의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항상 이야기의 중심부에 서 있고 갖은 추리와 상상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추리소설의 양념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행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바로 보이지 않는 치부를 아무렇지 않은 듯 드러내는 것이다. 별 뜻 없이 던진 돌멩이 하나로 누군가는 크나큰 상처와 아픔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있다. 여리고 순수하기만한 여고생의 입장에서‘살해’라는 끔찍한 일을 행하기까지 이런 숨은 분노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도 놀라울 뿐이다. 한편 기존에 추리소설의 원형으로써 보여줬던 다양한 비밀병기들과 대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 모두가 경험한 학창시절의 그 때 그 시절의 감성과 현실에서 겪게 되는 갖은 고민과 방황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이 책 한권에 반영하여 보여주고 있고 독자들은 이를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점이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추억이 되어버릴 그 날의 기억들을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들, 많은 에피소드와 교사와 학생이라는 두 신분 사이에서의 감정적인 대립과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소소한 부분들까지 그냥 넘길 수 없도록 하는 작가의 예리함에 점수를 주고 싶다. 여름에 읽어야 제 맛인 추리소설 한편, 이 작가를 앞으로도 주시하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