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받고 내가 느낀 외마디는 다름 아닌‘꺄~!’였다. 무려 700여 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채워진 책의 두께만 해도 그렇거니와 중국 소설을 이전에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내게 큰 부담감을 갖게 하기 충분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색깔의 작가와 타 국가의 책을 만나는 기쁨은 늘 편중된 책읽기를 해온 내게 또 다른 새로운 자극이 된다.




‘사자개?!’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것이 동물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를 표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중국에서‘짱아오’라 불리는 사자개는 이 시대 맹수의 마지막 표본이자 망망대해의 넓은 초원과 야생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티베트 지역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들만의 체계 잡힌 생존방식과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좀 더 질적인 향상과 편리성이 보장된 삶을 원하는 것과 상반되게 티베트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초자연적이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기존의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지만 그들만의 생존방식을 침해하지 않고 보호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들, 그들과의 친밀한 교류의 방식은 우리의 시각으로는 아직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리라 본다.




이전보다 생활 문명이 보다 편리해지고 가치창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존의 문명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현 시대 인간들의 이기적인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이를 질타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이 소설 곳곳에서 느껴진다. 생명이 있는 모든 창조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은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근본이 아닐까. 교만하고 독선적인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용맹함과 충성심을 간직한 사자개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의도가 아닌 어쩔 수 없이 맞게 되는 시대적인 상황 또한 우리의 삶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티베트라는 나라만이 가졌던 아름다운 자연과 그들만의 문화는 중국 공산당의 침공으로 인해 한순간 모든 것을 앗아갔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수민족 국가였던 그들의 몫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들린다. 과거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이며 현재 또한 순환의 과정에 함께 속해있는 일이지만 우리가 과거 일본의 잔재 속에 뿌리 깊은 아픔을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소리 없는 메아리를 수십 번 더 외쳤으리라 생각하니 음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더 이상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지 간에 용맹함과 충성심의 표상이었던 사자개는 더 이상 티베트 초원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과거에만 상재해있던 생명체로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의 이기와 부도덕함으로 혹은 여타의 이유로 잃어버려야 했던 문명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할까.‘그저 어찌할 수 없었노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인간으로 인해 재물이 되어야했던 티베트, 그 곳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아야했던 사자개의 애잔한 이야기가 녹아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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