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별이 총총히 떠 있는 캄캄한 밤하늘 아래에서 즐겨 듣던 옛날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옛날 옛적에 ~~ 가 살았어요.’라는 식의 할머니의 따스한 품 안에 기대어 즐겨 듣던 이야기는 어린 꼬마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상상 속의 꿈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 달콤했다. 그 이야기의 출처가 불분명하더라도 동심의 나라로 이끌어주는 이야기들은 어느새 우리 곁에‘동화’혹은‘민담’의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다. 여기 홋타 사치 할머니가 하늘나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문화와 문명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라면 어떠한 일이든 만사 해결”

‘하면 된다’도 아니고‘가화만사성’도 아닌 참으로 재미있는 가훈을 내걸고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 있다.‘도쿄밴드왜건’이라는 이름의 헌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놀라우리만치 독특한 개성과 색깔을 가진 한 지붕 대식구, 바로 홋타 가家 사람들이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사람사이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시대에 서로의 상처와 아픔까지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하나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매일의 일상이 순탄치 않으며 잠시 숨 고르고 뒤돌아보면 또 하나의 일들이 갖가지로 일어나고 그 일을 해결하려고 안달복달한다. 한 가지 소재만을 앞세워 지루하거나 무겁게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이웃들의 삶과 한 가족이 함께 어울리며 보다 깊은 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생각하게 해주는 다양한 일면을 보여주니 참으로 유쾌하고 즐겁다.




줄곧 차분하게 그들의 일상을 살짜기 탐문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실로 행복한 미소를 짓게한다.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홋타 사치 할머니의 눈으로 바라본 이들의 왁자지껄한 삶의 모습들은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일상임에 틀림없다. 사계절을 테마로 하여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에피소드들은 이들에게 어떤 고민을 안겨줄 것인가. 코앞에 닥친 문제들이 아무리 크고 험난할지라도 홋타 가家 사람들이 뭉친다면 그 또한 솜털처럼 가벼운 일일 것이다.‘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 말처럼.




무엇보다 헌책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들은 나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고 그들의 일상이 참으로 부럽게까지 여겨지더라.‘책의 주인은 저절로 자기 주인을 찾아간다’는 홋타칸이치 할아버지의 경영철학 또한 너무 멋지지 않은가. 책을 읽는 내내 나 또한 홋타 가家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들은 진정 서로가 끈으로 이어진 천상 인연이며 한 가족인 것이기에.




삶이라는 한적하고 외로운 길 안에서‘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가 주는 나의 존재감은 분명 더 없이 소중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나에게 등을 돌릴 때조차도 나에게 상처의 채찍질을 던진다 할지라도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이들이기에 더 없이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오늘의 나는 감사함을 고개 숙여 깨달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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