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계절 중에서 공포는 여름과 가장 맞닿아 있는 듯하다. 한 여름 밤의 어둡고 한적한 길과 비온 후 눅눅해진 토양과 스산한 공기는 뭔가 서늘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요건이 된다. 누군가가 일부러 공포감을 조성하고자 의도해 낸 배경이나 사물로 인해 느끼는 것이 아닌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형상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운 공포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피조물인지를 상기시킨다.




공포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 중에서 가장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이성이라는 감정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여타의 동물 혹은 사물에 비해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 선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고 거기에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본질적인 목적이 존재하며 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분명하다.




솔직히 공포 & 추리 소설은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문자로 읽히는 것보다 눈과 귀를 동시에 오픈하면 더 오싹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까.  의도치 않은 어떤 개연성에 의해 읽게 되거나 정말로 섬뜩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는 영상미가 있는 영화를 더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츠이치’라는 작가는 10편의 단편을 통해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공포의 실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해 있는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신선한 공포를 조성하고 독자들은 자신들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해보고 그려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공포의 원인은 내 주변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이들과의 관계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날 문득 이유도 모르는 채 끌려와 자신의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상황만 생각해보더라도 이 얼마나 끔찍한가. 이 생(生)에서 허락된 짧은 시간을‘죽음’의 그림자가 언제 올 것인지를 사지를 벌벌 떨고 기다려야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보다 더한 고통은 없으리라.




생각해보면 공포라는 감정은 단순하게 정의할 수는 없는 무한한 감정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공포의 원인은 나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학대당하고 마음 깊이 상처를 입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이유 없이 누군가를 향해 죽음의 화살을 던지기도 한다.




영화나 TV드라마에 등장하여 공포감을 주는 여타의 주체들과 달리 작가가 표현하는 공포의 색은 참으로 다양하다. 별 생각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의 마음은 어느새 작가 ‘오츠이치’가 그리는 신세계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등줄기까지 오싹해지는 냉혈한 공포의 세계로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으로 그 장면 장면을 시각화하여 떠올리게 한다. 바로 이런 것이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단순한 공포 추리소설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내면을 마치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작가의 세심함과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읽고 난 후에도 쉽게 놓아지지 않는 이야기의 여운, 아찔하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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