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독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랠프 헬퍼 지음, 김석희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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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동물 프로를 즐겨본다. 하나의 생명체를 안고 태어난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보노라면우리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숭고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주인의 깊고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자란 동물은 주인에 대한 복종과 충성어린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새끼를 품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오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이겨낸다.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로운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은 이제 우리의 일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끼리 모독과 브람이라는 소년의 만남에서부터 한 평생 친구로 함께 살아가는 긴 여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동물과 인간의 밀도 높은 교감과 사랑을 보여준다. 인간 대 인간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도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로 남을 험담하고 흠집을 내고 상처를 주는 게 다반사인 우리들에게 이 이야기는 순도 높은 진실한 관계를 보여준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것만 봐도 이들에게는 분명 특별한 인연의 끈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서커스단에서 동물을 조려하는 조련사 요제프의 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코끼리 모독. 그리고 브람의 탄생은 예사롭지가 않다. 서커스단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소유주 고벨은 동물들을 미국으로 매각하려하고 요제프는 병으로 인해 세상을 달리한다. 모독과 짧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브람에게는 준비되지 못한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 것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부모도 잃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아기 코끼리 모독과도 헤어져야 한다니!


모독과 이별할 수 없었던 브람은 미국으로 가는 배에 잠입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폭풍우를 만나 죽음의 공포까지 경험한다. 연인과의 사랑이 이토록 절절할까. 만남의 순간만큼이나 이들이 헤쳐 나가야 할 역경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연인의 사랑보다 더 애틋하고 안타깝다. 이들은 오히려 힘든 역경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친구간의 우정보다 더 진한 애정을 느낀다. 누군가의 존재를 잃어본 자만이 이들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코끼리와 인간의 순도 100%의 교감과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지나간 우리의 감수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관심을, 사랑을, 배려를 그리고 잠시 잊고 살았던 동심의 순수한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피치 못할 상황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끈만은 놓지 않았기에 그들은 아픔의 순간을 잊을 만큼의 더 깊은 행복을 맛볼 수 있었으리라.“네가 있었기에 내가 살 수 있었고 내가 있음으로 인해 네 행복도 있었으리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뛰어넘는 진한 사랑을 바라보며 예전 tv를 통해 본 가슴 아픈 장면이 떠오른다. 인간에게 홀대받고 상처받은 강아지가 자신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려는 이들의 배려심 조차 경계하고 홀로 길거리를 배회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것은 그 강아지를 홀대하고 때리고 괴롭힌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안타깝고 가슴 아팠던 장면이 이 이야기와는 상반되지만 동물은 이제 우리 인간의 친구로 자리하고 있다. 그들과의 끊임없는 교감을 하며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더 이상 동물들이 학대당하고 아파하는 일이 없기를.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의 관계성과 연속된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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