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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지음 / 세계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외롭다는 감정은 혼자 있거나 가까이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 매우 쓸쓸하다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늘 마음 속 어딘가가 허전하고 이유 없이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나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없는 감정.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의 한계는 어디에 있을까. 이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날에는 더욱 심한 감저의 소용돌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이루고 소통하고 그런 과정 안에서도 무한한 행복을 느끼다가도 뒤돌아 걸어가는 길이면 늘 외롭다.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인지도..
이 책은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국내 작가의 소설로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단편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내세우며 진행되지만 그 이면에 깔린 분위기는 어둡다. 조용하고 섬세하게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내 의식의 흐름과 거리가 좀 있어서였을까. 쉽게 읽힐 줄 알았던 문구들이 조금은 무겁고 담대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들의 시선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그들의 눈에 비친 현실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며 언젠가는 내가 겪어야 할 일부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까.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매일 부딪치는 점쟁이가 공짜 사주를 봐주고 싶을 만큼 얼굴이 어두웠나보다. 그랬구나. 백 번 죽고 백한 번째 환생해야 비로소 풀려난다는 천고, 마음의 지옥. 그래서 늘 눈물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 있는 것 같았구나. 가슴에 텅 빈 항아리가 들어앉은 것 같았구나. 인생이고 연애고 너무 진지한 데 문제가 있었다. 사람을 알려면 총을 주어볼 일이다. - p120 』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은 연인관계를 떠나서도 존재한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선후배간의 관계에서 내 자아를 정립하지 못한 지금 이 순간에도 불쑥 고개를 들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 만큼 애매모호하고 불연속적인 성격을 띄는 감정, 외로움이란 그런 것이다. 절대적인 인간의 표상이요. 삶의 순간마다 고요히 잠들어 있다가 나의 엔돌핀이 수그러들 때 찾아오는 일깨움이 아닐까.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그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외로움은 그들의 내면에 영원히 상주하게 될 것이다.
『그대로 떠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신변 문제도 그렇지만, 당신이 살아 돌아간 뒤가 더 염려가 되는 거지요. 죽음은, 냉혹해요. 깨끗하지요.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 그것은 ...살아 있는 동안, 숨을 쉬는 내내, 계속해서 당신을 물고 놓지 않을 테니까..p137』
외로움이라는 코드 하나로 결코 가볍지 않은 색채를 가진 여섯 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하나의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를 이루는 게 아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들이 단편 소설의 맛이 아닐까 한다. 작가가 말하는 바가 무엇이었을지 이에 대한 무한한 상상과 해석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시선이 아직은 많이 부족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