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 윌리엄 포크너』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영어였다. 다분히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영어를 즐기며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한 분의 훌륭한 스승을 만났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스승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게도 새로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옆에서 지켜봐주신 스승에 대한 고마움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기억에 남는다. 내가 장영희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한 신문사의 영시칼럼을 통해서였다. 매일 아침이면 신문을 오리고 스크랩하던 나는 그 분이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이렇게 넘어지기를 수십 번,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 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넘어질 때마다 나는 번번히 죽음 힘을 다해 다시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p 316』


그리고 수필집“내 생애 단 한번”을 통해 그녀가 어릴 적 소아마비라는 병을 겪었고 그 이후엔 두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으로 살아왔으며 두 번의 암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상에 장애 없는 사람은 없고 희망은 자신만의 특별한 힘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본능적인 힘”이라 말한다. 내가 그 분의 솔직담백한 글을 읽으며 가장 감동받은 것은 솔직하고 당당하고 무엇보다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p 318』


모두가 바라는 최고의 이상적인 삶의 목표는 행복일 것이다. 다만 우리의 삶이 단 하나의 감정만으로 일관화 된다면 이것 또한 얼마나 지루하고 덧없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희노애락’이라는 이름의 포물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더 큰 행복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다양한 색깔의 인생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들이 치열한 삶과 현실의 나를 견주어 볼 수 있으며 이는 희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은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한 신문에 연재했던 문학 칼럼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녀가 소개한 문학 작품들을 메모하느라 일부의 시간을 소요해야만 했다. 아마도 장황하게 책의 줄거리만을 요약하고 설명하는데 그쳤다면 호기심이 덜 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작품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은 과거 그녀가 만나고 헤어졌던 이들과의 아련한 추억이 곁들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지난 앨범을 들춰보며 추억에 잠기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 매한가지인 일이 아닐런지.


청소년들에게는 고전 문학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줄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한시 바쁜 현실의 시계 초침에 맞춰 살아가느라 놓치기 쉬웠던 여유를 이 책에 소개된 많은 명구들을 읽으며 한시름을 놓기 바란다. 어차피 문학은 우리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사소한 허구에 불과한 것 이니까.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희망의 싹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장영희 교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분, 이 분의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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