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가족
권태현 지음 / 문이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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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맑고 화창한 날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날만 계속된다면 이곳은 사막이    되어버릴 것이다.』 -p 83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통용되는 말.


1997년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IMF사태. 그로인해 많은 아버지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려야 했고 가족의 해체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경제 한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악영향을 낳았던 것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토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어린 아이들은 각 사회 보육시설에 내맡겨진 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부모들로부터 버림받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피부로 직접 경험한 일이 소설 속의 이들에게도 찾아옵니다. 한 가족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지은과 내 행복의 소산물인 석진, 석빈, 다예. 그리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이 시대의 우리 아버지 시우입니다. 평범한 소시민인 이들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초록기획을 운영하던 남편의 회사가 부도를 맡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가까운 지인들을 찾아가 사정하고 도움을 청하며 맞부딪힌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한 가정의 가장. 내가 발 부칠 곳이 없다는 험난한 현실을 느끼며 힘겹고 염치없지만 주변 가족들에게 더부살이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래도 내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에 일어서야 한다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다짐하는 시우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IMF 이후에 우리 사회에는 극빈층이 너무나 많이 생겼고 이로 인한 사회 문제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가 전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데는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가족의 해제와 더불어 더 큰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재기해야 한다고 하루 밤낮 쉴새없이 뛰어다니며 일자리를 구하고 지하철 역사에서 밤을 지새우며 말 그대로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린 시우. 자신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멸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며 현실을 비관하고 전에 없던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으로 인해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시우는 더없이 힘들어 합니다. 한편, 아내 지은은 한 푼이라도 벌겠다는 일념 하에 학습지 홍보 일을 하지만 차가운 현실의 벽에 마음에 상처를 받고 점차 남편에 대한 원망이 쌓여갑니다.


한 가장의 경제적인 나락이 이토록 가족의 해체와 함께 이들의 가슴에 깊은 멍을 남겨야 한다는 사실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마음 아프고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고통의 굴레에 빠뜨린 것일까요.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이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거리에 내몰려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가장들. 그들도 한 때는 미래에 대한 꿈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그들을 외면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기보다 한시라도 그들이 삶의 의욕을 잃지 말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자신에 대한 비참한 기분을 더없이 느끼며 하루하루 버티어왔을 시우는 끝내 옳지 못한 선택을 하지만 끝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어둠속에서도 시우가 자신의 생명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은 그가 다시금 일어서야 할 이유, 가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현실의 우리들도 그런 결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한 핏줄로 이루어진 가족들은 더없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합니다.


고난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순간에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 고난을 슬기롭게 이겨나간다면 훗날 위기의 순간도 추억할 수 있겠지요. 가난으로 인해 한 가족이 겪게 될 파란만장한 삶의 이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우리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두운 삶의 굴곡에서 멈추어 서지 말고 나를 믿고 따라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사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에 내가 살아 숨 쉬는 이유는 오로지 가족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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