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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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술처럼 신비롭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깔끔한 외모의 닮은꼴 부자 케이스 매퀸과 애덤 매퀸. 이들은 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가 수집한 민담을 토대로 시간과 장소를 부여하고 이에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하여 보다 절묘한 재미와 상상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1284년 6월 22일에서 26일, 중세 독일의 소도시 하멜른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따라가 보겠습니다.


영주에 의해 갖은 핍박을 당하며 어렵게 생활하던 요하네스 가족은 아버지의 병으로 농작물을 소출하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리다가 고향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 와중에 우연히 피리 연주자 길드 요세프 수장의 눈에 띄어 아들 요하네스는 도제로 들어가게 되고 6년간의 관문을 무사히 마친 후 개인 임무를 맡게 됩니다. 부여받은 임무는 하멜른의 쥐떼를 소탕하고 그 사례금으로 영지를 구입하여 어려움에 처한 농노들을 구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요하네스의 꿈이기도 한 스승 도제가 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것이죠. 빨간색과 노란색, 이 두 가지 색깔의 의미처럼 수장님은 요하네스에게‘자비’와‘정의’의 지침을 일러줍니다.


요하네스는 하멜른으로 가는 도중 에르젠 마을에서 농노들이 영주들의 핍박과 갖은 모욕을 참아가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실상을 직접 눈으로 맞닥뜨리고 그 곳에서 병든 기색이 완연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꼭 아버지를 구해내겠다는 일념을 다시금 확인한 채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일을 꼭 수행하리라 다짐하는 요하네스. 쫓겨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오직 일생을 영주 밑에서 소작하며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의 무능함과 패배자로써의 모습에 어린 아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요.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살아온 삶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요. 악사로써 성공을 다짐하는 요하네스.


임무를 완수하기에 앞서 요하네스는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도적떼로부터 공격을 받지만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클라라 아가씨의 도움을 받게 되어 목숨을 부지하게 된 것입니다. 수장으로부터 받은 임무를 완수하기에 앞서 시청을 찾아가게 되지만 시의원들은 쥐떼로 인해 생명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음주가무를 일삼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소임을 받고 찾아온 자신을 홀대하고 탐욕과 이기에 찌든 그들. 쥐떼를 소탕하기 받을 사례금의 행방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요하네스는 이로 말미암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부정부패를 일삼은 이들이 남긴 피해는 오로지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들 자신임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 값을 치르지 않고 이유 없이 타인을 무고하고 협박하는 이들은 항상 권력을 가지고 남을 휘두르는 책임자들입니다. 소설을 통해 맞닥뜨리는 그들의 실상이 우리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하네요. 가진 자일수록 헛된 야망과 욕망에 휩싸이나 봅니다.


부시장이라는 권력을 남용해 없는 이들을 갈취하고 협박하고 모욕한 바우어. 나중에 자신의 죄를 어떻게 구원받으려고 하는지 속물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합니다. 이 세상에도 분명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타인을 묵살하고 상처를 입히는 이들이 분명 존재하겠지요. 정의와 자비로의 소임을 완수해야 하는 요하네스는 부패한 도시의 하멜른의 실상을 보고 많은 갈등상황에 놓이게 되고 혼란을 겪게 됩니다. 무엇을 선두에 두고 일을 지휘해 나가야 할 것인지. 누구를 벌해야 하며 누구를 욕해야 하는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발뺌하려고만 하는 이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가 길드에서 성공한다면, 그럼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저는 이제 악사가 된다는 게 무언지 알았다는 겁니다. 그건 공격을 받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건 나약함을 느끼고, 왜소해 보이고,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하죠. 저는 그걸 직시하고 싶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늘 패배자인게 진절머리가 났어요. 제가 그의 아들이라는 게 싫었어요. 저 역시 패배자로 남을까 봐서요. 길드는 제가 승자가 될 수 있을 곳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악사로서의 삶마저 이렇게 된다면, 그건.. 마지막 섬마저 가라앉아 버리는 셈이에요.- p 242


어려운 국면을 수없이 맞닥뜨리며 도제로써 자신의 임무에 대한 내면적인 갈등도 겪게 되는 요하네스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잘 이겨내며 결과적으로 스승 도제로써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런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자신을 믿고 끝까지 힘이 되준 클라라와 구드룬이 있었겠지요. 올바른 정의와 법이 실현되는 사회는 지배자들만이 아닌 그들을 믿고 따라줄 현명한 시민들의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한 소설로의 흥미를 이끌기보다 사건의 전말을 통해 결과를 예상하게 하는 작가의 탁월한 글 솜씨에 놀라게 됩니다. 또한 거듭되는 반전으로 인해 독자들은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빠져들게 됩니다. 전설과 설화를 토대로 한 이 소설로 인해 독일의 도시 하멜른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데 언제 기회가 닿는다면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중세적인 마법의 세계와 모험과 사랑이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6월 26일, 하멜른”이 한 줄의 수식어가 절대 아깝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한 분야로 정의하고 싶지 않을 만큼 추리와 역사 그리고 즐거운 모험이 함께 하는 이야기, 한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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