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장력 - 논술 수험생.비즈니스맨의 글쓰기 비법
히구치 유이치 지음, 이완 옮김 / 논리와상상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부터 나는 글쓰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땐 문예부에서 활동했고 친구들과 카드와 편지까지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눴었고 그 날의 일상을 기록하는 초록색 표지의 일기장도 몇권씩 모이면 하나로 묶어 보관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지나고보면 다 추억이고 그리운 그 시절의 기억들이지만 무언가를 기록하는 습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걸 보면 글쓰기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짜 문장력" 이 책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논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에게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알려주며, 직장인들에게는 업무와 관련하여 유용히 쓰일 수 있는 이메일 작성법 등 우리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글쓰기의 전략을 예시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글쓰는 것 그 자체에 심히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을 읽는 순간은 즐겁지만 읽고 난 후의 느낌이나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하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마음만이 앞서게 된다. 나또한 그런 경험자들 중의 한명으로써 이 책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중반부쯤 읽었을 무렵, 책의 저자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란 사실을 알았다. 히구치 유이치. 저자는 일본의 명문인 와세대 대학을 졸업한 후 교토 산업대 객원 교수직을 겸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논술지도 하고 있는 이른바 "논술의 신"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논술이 입시의 당락을 좌지우지 할정도로 요즘, 그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이 크다고 하는데 학생들의 부담은 오죽할까. 그들에게 이 책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줄기를 바랄 뿐이다.

 

학생이건 구직자들이건 글쓰는 것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은 건너야 할 산이다.

서두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글, 의견문이나 논설문을 쓰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본적인 형식에 맞는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자신의 주장과 소신을 펼 수 있는 좋은 글이 탄생한다는 것을 예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혼란만 더 가중시킬 뿐 오히려 핵심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줄 뿐이라는 것.

 

국어시간에 한 소설을 배운다고 치자. 우리는 그 소설의 기-승-전-결의 구조를 파악하고 소단위의 핵심 어귀나 문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공부할 수 있었다. 서론-본론-결론 혹은 문제제기-의견제시-전개-결론 등 소설이든, 수필이든, 시든 우리가 만나게 되는 많은 문학작품들은 저마다의 형식이 있고 그 안에 숨은 주제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형식에 맞는 글쓰기 훈련을 하다보면 어떤 글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더라. 글 쓰기도 하나의 전략이 있다는 것.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아닐까.

 

이 책에는 많은 예시 글이 수록되어 있다. 논점이 빗나간 글과 함께 글쓴이의 의견주장이 확실한 글이 함께 비교 예시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아하, 이 부분이 이래서 뭔가 부족하구나. 주제가 빗나간 글이 되었구나." 하며 쉽게 글쓰는 비법을 조금씩 깨달아가게 될 것이다.

 

후반부에는 직장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색깔을 잘 나타낸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회로의 설레는 첫발을 내딛는 그 날을 상상하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또한 처음에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여 웹사이트를 통해 다른 이들이 작성한 소개서글을 읽으며 참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어떤게 딱히 나의 마음을 끈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모두 일편 일률적인 글들과 비슷하게 조합한 자기소개서가 대다수여서 였을까. 자기소개서는 나를 표현하는 또하나의 수단이다.

 

인사담당자들로 하여금 어필할 수 있도록 자신이 장점을 내세우고 그 간의 근거를 내세워 내가 그 직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이며 입사한 후의 각오를 내세우는 법. 이렇게 4단계의 방법을 거쳐 쓰면 보다 효율적인 글이 된다고 한다. 나의 장점만 너무 내세우는 것도 단점을 주구장창 늘어놓는 것도 그들의 눈길을 끌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난하면서도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글이면 충분하다. 이또한 많은 글쓰기 연습을 통해 해결될 것이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에세이나, 작문 그리고 이메일과 편지 쓰는 법에 대한 글도 수록되어 있다. 요즘이야 이메일이 간편해 보편화 되어 있지만 이전 만해도 필체로 써서 주고 받는 편지가 주는 정성과 친밀감에 어디 비할 수 있을까. 타자만 타타탁 치면 의사전달이 이루어지는 간편한 세상에 손글씨로 정성들여 쓰는 편지가 조금은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나는 편지가 주는 따스함이 참으로 좋다. 특히 내게 더 소중한 이들에게는 편지 한장에 담긴 나의 마음과 온기를 그대로 전하고 싶다. 편지쓰는 법, 봉투 작성법 등을 배우며 공부하던 때가 생각난다. 잊혀졌던 글쓰기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이제 글쓰기는 자기를 연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글을 작성함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여 내가 느끼는 것들을 다른 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생각하며,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에만 머무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내가 느끼는 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글이 오히려 나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

부족한대로 앞으로도 나의 글쓰기는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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