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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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저자 수전 케인은 “왜 세상이 외향적 사람만 선호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내향성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작가로 나섰다. 심리학, 유전학, 뇌과학이론을 넘나드는 방대한 연구결과(때론 버거울 정도로)는 편협한 기질만을 강요하는 시대에 산 우리에게 과히 충격적이다. 성격에 관한한 모든 연구결과를 7년간의 긴 시간에 인내심을 갖고 총 망라한 점에서 인내심 많고 섬세한 내향적 기질의 저자였기 때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쩌다 외향성만을 강요하는 시대 왔나
워런 서스먼에 따르면 18세기 이전에는 “인격 문화”, 즉 대중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가치로 두었고 20세기에는 “성격의 문화”,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원동력은 산업혁명이다. 도시화와 대규모 이민을 통해 자신을 상품으로 포장하며, 과대경쟁을 겪어야 했던 결과라고. 그래서 우리는 지금 ‘성격이 곧 권력’이 되어, 외향적 자기계발에 목메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내향적 기질에 주목해야 할 이유
3분의 1 내지 절반이 내향적이다. 그러나 하버드대 MBA나 브레인스토밍(브레인스토밍이 ‘응집력’이라는 긍정적인지는 몰라도 사회적 태만과 생산성 봉쇄하고 평가 불안 등 때문에 실제 효과가 없다고), 팀체제, 공개적 사무공간 배치 등은 외향성만 주목하는 시대상 반영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 특히, 학교 소규모 그룹학습은 기업계 팀문화에 따른 결과로 교육이 독창성이나 통찰력이 아닌 언어구사력에 따라 사람 존중하는 기업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애플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 간디, 아인슈타일, 고흐, 엘리너 루스벨트 등 위대한 인물들의 공통된 기질은 내향성이었다. 특히 이들은 집중력 통찰력에 유리하고 IT(프로그램 개발)등 첨단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다.


물론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무의미할 수 있다. 비율의 차이일 뿐, 두 기질 은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회 시스템이 외향성에 맞춰진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기꺼이 행동하게 하는 법이나,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법 등 외향성을 ‘성격’이 아닌 ‘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걱정해야 마땅한 상황이란 것이다.

 

 

내향적 기질의 사람들의 특징
갓난아이일 때 외부자극에 유독 팔다리를 심하게 흔드는 아이가 내향적 기질의 어른으로 클 확률이 높다. 이 아이들을 고반응성으로 분류되며, 자극 잘 받는 편도체가 타고난 아이이다. 내향적 기질의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몸이 마르고 얼굴이 길 확률이 높다. 내향적 아이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면 친사회적 반응 보이는 경향 높다. 단, 엄마가 부드러운 훈육을 썼을 때만. 케이건의 수십 년간의 종적 연구는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특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만 유지된다는 것을 입증한다. 자유의지가 멀리 데려갈 수는 있어도 유전적 한계를 넘어 무한대까지 데려가진 못한다는 것. 따라서 기질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한 노력보다 자신의 안전지대에 확실히 들어가 있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
타고난 기질 ‘어떻게’ 우리 의지와 작용하는가. 쉽게 시들지만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건강하고 근사하게 자랄 수 있다. 특히, 내향적 아이에게 이상적 부모란 아이 신호를 읽고 개성 존중하고 뭔가 요구할 때 적대적 방식이 아닌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하는 사람, 호기심, 학업성과, 만족지연, 자제력을 장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외향적 아이 보상 민감하고 내성적 아이는 내적 충만감 중시해 집중력 이 뛰어나다. 따라서, 부모는 자신의 선호도를 밀어놓고 조용한 자녀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어떤지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는 창의성이나 효율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는 혼자 일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내향적 기질의 사람에게 필요한 것
너무 자신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거나 너무 오래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 ‘회복환경’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가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둬야 한다. 또한, 자신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지루하지도 불안하지도 않게 하는 ‘스위트 스폿’을 만들어 자신이 새롭고 만족스러운 일을 시작할 힘을 얻으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대화법도 다르니, 외향적 사람은 대화 시 상대를 뱀처럼 물지 말아야 하며(쉬쉬 소리만 내도록), 내향적 사람은 외향적 사람이 그렇더라고 씩씩대는 것은 괜찮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10년 미시건대 한 연구에서 오늘날 대학생들이 30년전 대학생보다 공감능력이 20퍼센트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것도 거의 2000년 이후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공감능력 저하는 리얼티비, 쇼셜 미디어 등 과열 경쟁 만연 때문. 어쩌면 섬세하고 감정이입과 공감능력 뛰어난 내향적 기질을 에너지 부족하거나 의지가 나약한 것으로 외도한 결과는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분명 어떠한 '기질'은 있었고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기질이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외향성에 집중한 나머지 뭔가 혼란을 겪고 있다면, 이제 자신의 '스위트 스팟'을 찾아 여행을 떠나볼 때다.

 

 

우리 문화는 오직 외향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만을 덕목으로 여겼다.
우리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중심으로 향하는 모험을 만류했다.
그래서 중심을 잃어버렸고 이제 다시 찾아야 한다.
- 아나이스 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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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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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은 문학동네에서 펴낸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리즈 5권 중 하나다.


1983년부터 5년에 걸쳐 쓴 내용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서른 넷에서 서른 아홉쯤 되는 시기, 그의 작품으로 살펴보자면 <노르웨이 숲> 발간 전이다. 30여 편의 에세이가 실렸는데, 책 제목은 그 중 하나를 썼다.

'백일몽'이 책 제목이 된 이유는, 하루키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때문인 듯 하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나는 30대 일상 속 하루키
하루키, <상실의 시대>를 읽고 와타나베와 미도리가 느끼는 상실감과 나오코의 절대 채울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은 모두 읽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니 저자도 언제 끝날지 모를 것 같은 <1Q84>를 ‘속았다’하면서도 또 무작정 기다리면서, 그의 30대 시절을 만나봤다.

 

하루키의 시시콜콜한 취향과 일상의 사색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30대의 하루키를 읽었다.

비프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소설가임에도 어깨뭉침이 없는, 걷는 것을 좋아하고 뭐든 미리 해둬야 직성이 풀려, 밥도 남보다 한 시간정도 일찍 먹고 그나마 빨리 먹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 등의 다른 짬을 즐기는.... 해서 ‘연재’는 ‘장기적 정서불안’으로 거부했던..30대의 하루키.

부부사이에 대한 하소연이랄까. 자신과 와이프의 별자리인 ‘염소자리’와 ‘천칭자리’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CF를 보면서 ‘지식의 나눔’과 변화된 세상을 발견하고 이제는 번역하지 않고 쓰는 영화제목이나 음악에 대한 고찰, 스쳐 지나가다 발견한 ‘표어’에 딴지를 걸며 ‘간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테엽 시계에서 전자식 시계로의 전환을 통해 ‘시계의 조촐한 죽음’을 직면하고 자신의 명성과 더 이상 가난이 환대받지 않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까지. 평범한 일상 속 까탈스럽고 소심하고 웃긴 하루키를 가감없이 만날 수 있다.

거꾸로 내가 지금 가장 표어를 붙이고 싶은 장소는 러브호텔 방 안이다

"정말 그런 걸 해야 합니까?"

"끝나니까 허무하죠?"

"그래봐야 언제나 똑같지 않습니까"
- 133p

다른 점이라면 이발하는 동안에도 자신에 대한 고찰, '사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에세이 하나가 나온다.

 

같은 일상의 장면에서 ‘나’의 태도 상상, 그게 곧 에세이
그의 일상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이야기다.


나는 어린시절 안방 한구석을 길게 차지하던 테엽 시계를 떠올렸다. 어린 손에 쥐기엔 꽤 컸던 돌림열쇠로 열심히 테엽을 감았던 한 때, 지금 생각해 보니 테엽시계는 왜 그토록 길게 드리운 무거운 추를 달고 있었을까. 어린 나에게 테엽시계는 ‘밥’을 줘야 하는 입 무거운 어른 같지만, 내가 돌봐야할 친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까지 떠올리게 된다. 물건에 '밥'을 줘야, 움직인다는 생각,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당연시 하던 한 때.. 시계에 더 이상 테엽을 감지 않아도 될 때를 직면한 순간, 나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모 이런 식이다. 그의 ‘좁은 일본, 밝은 가정’이라는 표어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을 때는 한국 공원에만 있을 법한 큰 돌에 새긴 ‘착하게 살자’가 생각났다. 아마도 나처럼 많은 이들이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 공통된 추억과 일상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때의 감정들을 하나 잡아 깊이있게 들어가면 에세이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한다..

 

돈과 무관한 즐거움, 가난과 상상력이 작가 힘의 원천 아니었을까

그의 책을 읽으며, 그의 '글쓰는 힘의 원천'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될 것이다.

하루키의 경우를 얘기하자면, 그는 누구처럼 글을 쓰기 위해 전쟁을 피해 여기저기를 여행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챈들러의 글쓰기 방식을 따른다. 책상 하나를 정해 일정한 시간 동안 쓰건 말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방식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한번 시도해 보시라. 챈들러 방식을.

하루키는 가난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태를 아쉬워했다. 가난은 돈과 무관한 즐거움, 상상력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 듯 하다.

더위를 '에어컨'으로 바로 해소해 버리는 세대가 아닌, 참고 견디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보리차 한잔을 들이키는 상상을 하는...

가난은 인간을 불편하게 하지만, 뭔가 궁리하게 하고 '소소한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상상하거나 꿈꾸게 한다는 게 아닐까.

잊을 뻔 했다. 그의 에세이에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함께한다. 초등학생의 그림처럼 아주 단순한. 처음엔 이게 대체 뭐지 했는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하나의 그림으로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그의 에세이가 못 웃기면,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웃기게도 해 준다. 위 그림이 한 예다.

재테크 알아서해 말로 피해버린다. 그래도 당신이 남자잖아 한다. 그야 물론 남자지만, 남자라고 해서 다 세계경제에 정통하게 생겨 먹은 것은 아니죠.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걸으면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다. 다리가 튼튼한 사람 아니면 나를 상대하기 어렵겠죠. 농담이 아닙니다.

이런 문장들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번역의 문제인지 의도적인 것이지, 에세이 중간중간 하루키가 독자에게 말을 건네며(독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식의) 자꾸만 불쑥 튀어 나오는 것이 운전 중에 느닷없이 만나는 둔턱 같다. 재발간하면서 보완된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괄호 처리 등을 통해 분리해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통해 작가 하루키보다는 일상의 하루키를 통해 '나'를 고찰한다.

나 자신과 일상을 들여다보는 작업, 그게 작가의 출발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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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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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다르다는 것이 주는 마력보다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 주는 이끌림이 어느 순간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전자가 이상이라면, 후자는 현실. 책 <보통의 존재>는 그런 점에서 나를 울린 책이다.

설익은 희망이나 꿈을 강요하지도, 영원한 사랑따위가 있을 거라며 위로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결국에는 보통의 존재로 밖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서른여덟이 되던 해에 깨달은 이 담담한 사실이 어느덧 위로가 된다.

외로움과 허전함이 묻어나지만, <보통의 존재>에는 슬픔 따위의 감정이 배어나지 않는다.

멋들어진 사진 한장, 그림 한장 없어도 수많은 풍경들이 세밀화처럼 그려지는 것은 그의 이야기가 바로 '보통의 존재'가 겪는 '보편적 일상'이라는 '공감'때문이다. 덧붙여 저자 이석원만의 깊이 있는 삶의 고찰이 덧입혀져 읽는 이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불행하고 불우했지만, 그는 절대 자신을 연민하지 않았다. '감정'이 아닌 '생각'이 담긴 그의 '공개일기'를 이런 분들에게 권한다.

 

나이 수십이 된 흐른 지금에도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찾지 못한 사람,

사랑과 이별에 아파 이젠 제발 사랑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사람,

꿈과 희망을 논하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고 자신은 이 삶에 관찰자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웃음보다는 담담함, 심각함이 어울리고 둘보다는 혼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따뜻함이 넘쳐나는 샛노오란 책표지와 '보통'이라는 단어가 '사람'이 주는 가벼움이 아닌 '존재'라는 제법 묵직한 단어와 만나면서 느껴지는 삶의 진지함이 이끌리는 사람...

 

행복 중의 으뜸은 '보통의 행복'이라는 저자, 고통과 불행이 잇따르고,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생에서 그는 어떤 의미를 찾았을까.

 

사생활 샤워를 마치고 나서도 마차가지다. 김이 가득 찬 욕실에서 나와 마른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을 때, 무릎을 숙이고 다리를 벌린 채 서혜부(허벅지 안쪽)를 닦는 모습이란 참으로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다. 어째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이렇듯 구구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 - 27p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만약 지금 내게 누가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살다보면 생기겠죠. 끝까지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뿐이다. - 36p

 

정서적 퇴화감 그렇게 좋아하던 비가 어째서 이제는 단지 맑은 기분을 어지럽히는 흙탕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을까.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푸근했던 눈은 어찌하여 그저 교통을 방해하고 곧 있으면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들 뿐인 번거로운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는가. 마음의 노화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앗아가 현실밖에는 남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 74p

 

이해 무슨 사정이 있을 거야. A의 노력은 끝없이 계속된다.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자 하는 순순한 노력.. 그러나 결국 자신이 보통의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불과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결코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267p

 

함께 산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 275p,

사람이 외로워서 연애를 해봐도 여전히 외로운 것처럼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처방, 혹은 선택이 될 수 없을 확률이 높다 - 224p

돌이켜보면 습쓸한 것은 사람이 결혼하자고, 우리 같이 살자고 하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제발 헤어졌으면 하는 마음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238p

 

궁금하세요 내 머릿 속이 궁금하세요? 그럼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세요. 똑같으니까 - 233p

 

우리는 우리의 존재나 삶을 너무도 모르고 지나치며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고민하지 않으며 감정에 스친다.

책을 덮은 뒤 주변의 사물과 사건들이 내게 말을 건다.

몸부림친다. 생각이 부표처럼 떠오른다.

책 <보통의 존재>가 "<보통의 존재> 독자편"을 잉태하려는 순간이다.

그렇게 '보통의 존재'는 '보통의 행복'을 찾아나선다.

 

저자 이석원은 남성 3인조 모던 록밴드 그룹 ‘언니네이발관’의 리더인 가수 겸 작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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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플레이스 -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
이기웅 외 지음 / 강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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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 장소, 당신은 어느 곳에서 맞이할텐가

책 <소울 플레이스> 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건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 '죽음'을 맞고 싶은가'

 

누구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 질문이 한의사, 영화감독, 소설가, 건축가 등 각 분야 9명에게 던져졌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9명의 대답이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변은 '죽음의 장소'라는 단순한 이야기을 넘어 '삶의 방식' , '어떻게 살아가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사유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책 <소울플레이스>를 '영혼에 감명을 준 어느 장소'정도의 여행 정보를 얻으려 했던 내게 같은 질문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답변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기대 이상의 흥분을 전해주었다.

 

9명이 전하는 삶과 죽음의 방식 그리고 그들의 장소

한의사 이기웅은 '지구별 여행자로 여행이 끝나는 그날까지 거지의 걸음으로 만나고 또 만나라'고 말한다. 그의 인생 마지막 장소는 처음으로 '죽어도 좋다'고 어둠과 죽음을 인식했던 '지리산'이다.  그가 말한 단지 아름답고 멋진 경치를 넘어 삶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풍경이 바로 지리산인 것이다.

 

"욕망의 바벨탑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엉뚱한 갑옥을 무장한 채 한 세월 싸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적으로 부터 나를 보호해주리라 믿었던 갑옷은 거꾸로 우리의 육체와 영혼에 무수한 생채기만 내왔을 뿐이다." / 11p

 

소설가 김별아는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며, 책상 하나와 노트북 꼭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이 놓인 자신의 작은 방을 인생의 마지막 장소로 꼽는다.

그 작은 방에서 충실히 오늘을 살다가 고요히 잠드는 죽음. 창문을 비껴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이는 죽음의 고통과 한자 한자 기록하며 끝까지 내 삶의 증인 되는 것, 그곳을 맞기에 가장 좋은 곳은 자신의 마지막 방이라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끝까지 소설가이길 자처한다.

 

여행작가 오소희는 부암동을 꼽는다.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는 여행작가의 생의 마지막 한 곳이 왜 부암동이 되었을까. 그건 뜨겁게 질주했던 생의 추억 첫사랑, 첫아이와의 산책 등이 부암동이라는 장소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마흔살에 인생의 새로운 선택을 한 사진작가 이창수는 '나를 지우는 길',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로이 살 수 있는 곳을 죽음의 장소로 택한다.

그에겐 '내가' '나를' 잊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한 '지리산'이 그곳이 된다.

 

영화감독 임찬익의 사색은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다에 대한 고찰로 시작된다. 소설가 박범신의 <주름>에서 바이칼 호수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끌어안는 죽음,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쇼생크 탈출> 그리고 <박쥐>에 나타난 각기 다른 의미의 죽음의 바다를 이야기하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장소 '우도'에 이른다.

 

건축가 천경환은 '다소 느슨하지만 단정하게 정리된 곳, 적당히 낡고 오랫동안 쌓이고 자연스럽게 물들어 있는 다양한 문화의 향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뉴욕 블리커 스트리트'를 꼽는다. 문화평론가이자 시인인 방민호는 자신의 영지 '홍대역 다섯 개 비밀 지구'를 털어놓는다. 짧은 글이 소설로 다가오리 만치 흥미로운데 특히 그가 만난 다섯여자에 대한 유형분류가 인상적이다. 그가 홍대를 꼽는 이유는 그곳이 숨찬 변화 속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가벼움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밖에 요리가 김문정과 이주노동자에서 지금은 영화배우인 마붑알엄의 <소울 플레이스>가 있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삶의 방식과 이어진다

같은 질문에 각기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답을 한 '몰랐던 9명'을 만났다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이가 얻을 수 있는 덤이다.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풍요롭게 맛볼 수 있는 촉수 몇개를 더 얻은 느낌이랄까.

 

책을 덮고 나니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삶의 방식과도 이어진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리고 답변만 들으려 했던 나에게 애초의 질문이 던져진다.

 

"행복한 죽음이 있는 당신의 '그곳'은 어디인가요?"

"지금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건가요?"

 

내겐 돌아가고픈 추억의 장소도 삶을 완전히 바꿔버릴 풍경도 없다. 더불어 내 삶을 지탱한 일터나 거처도 내 인생의 마지막 곳은 아니다.

치열하지 못하게 살았던 삶인가. 아니면 더 많이 만나고 여행해야 한다는 뜻인가. 또렷한 정체성도 없이 살아온 건가.

회의가 몰려온다.

 

사실 질문을 내게 던졌을 때 나는 '장소'가 아닌 '사람'을 떠올렸다.

이건 내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창수사진작가에게 결정적 한마디가 되었던 은사의 한마디가 내게도 꽂힌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삶을 산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너의 인생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란 걸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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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라 2012-02-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의사 이기웅이고요, 소설가 김별아예요...;;;

영혼울림 2012-02-21 13: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혼자 사는 즐거움 -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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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지만, 많은 걸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되었다

한때 나는 ‘혼자 잘 못 지내는 사람’이었다.


만약 ‘혼자 사는 즐거움’을 좀 더 일찍 알고, ‘나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냈더라면, 아마도 젊은 날의 이유도 밑도 끝도 없는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을 줄이고 좀 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첫 장을 다시 펼치게 한 책. 진정한 나, 풍요로운 나를 위한 마중물이 되어준 <혼자 사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완벽하게 혼자 떠나는 여행,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을 살아라
제목 때문에 싱글이나 독신을 위한 책으로 오해받곤 하는데, 이와는 무관하다.

 

우리가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진정한 자아를 자신을 찾기 위한 자신과 대면할 시간, ‘혼자만의 즐거움’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인생이라는 완벽하게 혼자 떠나는 여행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저자만의 방법 79가지를 소개한 책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아 보살피는 의식 반복적으로 필요하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은 자신이 써야 한다는 저자, 글을 쓰는 동안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추호의 미련도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는데 저자의 충만한 기쁨이 독자의 감동으로 이어진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으면 자아 보살피는 의식 반복적으로 필요한데 우리는 그럴 시간조차 없다. 그러니 더욱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만들고 즐기고 찾아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것들은 소소하고 익숙하고 쉬운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하나씩 모험하기, 이렇게 새로운 것은 영감을 수용하는 능력 키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놀이’를 지속해야 하며, 인내를 시각화 하는 희망상자 만들기, 자신을 위로할 음악이나 노래 찾기, 영혼의 피난처가 되어주는 ‘위안주는 서랍장’ 만들기, 나의 경우는 옛날 편지를 모아둔 스크랩 정도되겠다. 첫 옷이자 마지막 옷이(마사 그레이엄)될 몸에 대한 예의 갖추기(쉬는 날에도 외모 돌보기), 걸으면서 명상하기, 직장에서 자기를 돌보는 방법 등.

 

관심을 끄는 방법 실천해 보는 재미 쏠쏠

저자가 제시한 방법에서 이유는 모르면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발견하는 재미, 하지 않고 있다면 핑계삼아 한번 해 보는 재미가 있다.

나의 경우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신성한 게으름'을 피웠다.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뭔가 하지 않으면 쫓기는 듯한 자학에 가까운 마음을 허물 벗듯 벗어던지고 몇주 주말동안 널부러져 있었다. 신성하디 신성한 '신성한 게으름 피우기'로 명명하니 당당하고 에너지도 축적되는 기분이 들었다.


 

지혜와 위로가 되는 현인들의 명언들 보석처럼 빛난다
이 책이 더욱 빛나는 건 현인들의 지혜롭고 위로되는, 용기있는 말들은 적재적소에 보석처럼 빛나며 힘을 더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보석들을 내면의 휴식처가 되고 글감이 되어주곤 한다.


“운명은 조용히 나 홀로 있을 때 결정된다”


“평생 지속될 로맨스는 오직 자신과의 사랑뿐”/오스카 와일드


“내 임무는 스스로를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신이 만든 그대로의 상태에서 완전히 최선히 다하는 것이다”/로버트 브라우닝


“당신이 기억하는 방식과 내용과 이유는 당신의 특성을 보여주는 지도다”/크리스티나 볼드윈


“우리 삶의 사건은 시간 순서대로 일어난다. 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가장 행복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서대로 펼쳐진다”/유도라 웨티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과거가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삶에서 무엇도 되돌릴 수 없지만, 삶은 바꿀 수 있다” / 멀리 셰인


“혼자 살고 싶다면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마라. 뜻밖의 놀라움을 검소하게 즐기며 살라.”/앨리스 워커


“기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꾸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다는 건, 지금껏 당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것

아직 당신이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는가. 복잡한 관계에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아가는 데 지쳤는가.

혹은 누군가가 없이는 삶이 공허하다고 느끼거나 홀로 있는 시간이 너무나 괴롭다면

이제 당신은 자발적 선택으로 홀로 있는 즐거움을 발벗고 찾아나설 시간이다.

 

큰 용기나 비용이 들지 않는다. <혼자사는 즐거움>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아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게할 마중물을 부어보자.

 

오롯이 나와 마주할 시간,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게 할, 당신의 내면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채울 시간. 이제 당신 차례다.

 

당신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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