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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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다르다는 것이 주는 마력보다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 주는 이끌림이 어느 순간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전자가 이상이라면, 후자는 현실. 책 <보통의 존재>는 그런 점에서 나를 울린 책이다.

설익은 희망이나 꿈을 강요하지도, 영원한 사랑따위가 있을 거라며 위로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결국에는 보통의 존재로 밖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서른여덟이 되던 해에 깨달은 이 담담한 사실이 어느덧 위로가 된다.

외로움과 허전함이 묻어나지만, <보통의 존재>에는 슬픔 따위의 감정이 배어나지 않는다.

멋들어진 사진 한장, 그림 한장 없어도 수많은 풍경들이 세밀화처럼 그려지는 것은 그의 이야기가 바로 '보통의 존재'가 겪는 '보편적 일상'이라는 '공감'때문이다. 덧붙여 저자 이석원만의 깊이 있는 삶의 고찰이 덧입혀져 읽는 이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불행하고 불우했지만, 그는 절대 자신을 연민하지 않았다. '감정'이 아닌 '생각'이 담긴 그의 '공개일기'를 이런 분들에게 권한다.

 

나이 수십이 된 흐른 지금에도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찾지 못한 사람,

사랑과 이별에 아파 이젠 제발 사랑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사람,

꿈과 희망을 논하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고 자신은 이 삶에 관찰자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웃음보다는 담담함, 심각함이 어울리고 둘보다는 혼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따뜻함이 넘쳐나는 샛노오란 책표지와 '보통'이라는 단어가 '사람'이 주는 가벼움이 아닌 '존재'라는 제법 묵직한 단어와 만나면서 느껴지는 삶의 진지함이 이끌리는 사람...

 

행복 중의 으뜸은 '보통의 행복'이라는 저자, 고통과 불행이 잇따르고,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생에서 그는 어떤 의미를 찾았을까.

 

사생활 샤워를 마치고 나서도 마차가지다. 김이 가득 찬 욕실에서 나와 마른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을 때, 무릎을 숙이고 다리를 벌린 채 서혜부(허벅지 안쪽)를 닦는 모습이란 참으로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다. 어째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이렇듯 구구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 - 27p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만약 지금 내게 누가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살다보면 생기겠죠. 끝까지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뿐이다. - 36p

 

정서적 퇴화감 그렇게 좋아하던 비가 어째서 이제는 단지 맑은 기분을 어지럽히는 흙탕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을까.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푸근했던 눈은 어찌하여 그저 교통을 방해하고 곧 있으면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들 뿐인 번거로운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는가. 마음의 노화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앗아가 현실밖에는 남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 74p

 

이해 무슨 사정이 있을 거야. A의 노력은 끝없이 계속된다.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자 하는 순순한 노력.. 그러나 결국 자신이 보통의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불과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결코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267p

 

함께 산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 275p,

사람이 외로워서 연애를 해봐도 여전히 외로운 것처럼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처방, 혹은 선택이 될 수 없을 확률이 높다 - 224p

돌이켜보면 습쓸한 것은 사람이 결혼하자고, 우리 같이 살자고 하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제발 헤어졌으면 하는 마음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238p

 

궁금하세요 내 머릿 속이 궁금하세요? 그럼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세요. 똑같으니까 - 233p

 

우리는 우리의 존재나 삶을 너무도 모르고 지나치며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고민하지 않으며 감정에 스친다.

책을 덮은 뒤 주변의 사물과 사건들이 내게 말을 건다.

몸부림친다. 생각이 부표처럼 떠오른다.

책 <보통의 존재>가 "<보통의 존재> 독자편"을 잉태하려는 순간이다.

그렇게 '보통의 존재'는 '보통의 행복'을 찾아나선다.

 

저자 이석원은 남성 3인조 모던 록밴드 그룹 ‘언니네이발관’의 리더인 가수 겸 작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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