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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이성은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요건 중 하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성이 마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다양한 실험으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론적으로 알려준다. 과연 우리의 이성은 어떤 경우에 마비될까? 그렇다면 이성이 마비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소개된 실험 중 몇 가지는 TV나 책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충격적이었던 실험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교사 역할을 맡은 피험자가 '가벼운 충격'(15볼트)부터 '위험한 충격'(450볼트)까지 다양한 전기충격을 학생 역할의 실험자에게 가하는 것이었다. 학생 역은 사전에 공모된 연기자였다. 교사 역할을 맡은 피험자가 실험을 중단하려고 하면, 명령을 통해 계속하도록 독려했다. 실험 전에 예상하기에는 끝까지지 복종하는 사람은 없고, 최대 전력은 기껏해야 120볼트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참여자의 62.5%가 명령에 끝까지 복종했고, 그중 3분의 1 정도가 학생에게 450볼트까지 충격을 가했다. 실험의 평균치는 350볼트였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제도적인 상급자와 같은 다양한 권위에 복종하도록 학습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순순히 따르면 보상을 받고, 반항하면 처벌을 받는 것을 학습 받는다. 권위에의 복종에 대해 밀그램은 두 가지 심리 상태를 구분 지어 해석한다. 하나는 자율성의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대리자 또는 대행자의 상태이다. 밀그램에 의하면, 대리자적 상태란 "자신을 타인의 의지를 집행하는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뜻하며, 그 경우 자신은 위계 제도의 도구에 지나지 않다고 느껴 스스로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충격적인 실험은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실험이었다. 무작위로 간수와 죄수로 나누어 역할을 부여받은 실험자들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실험한 것으로 처음에는 2주로 예정되었던 실험이 불과 6일 만에 중단될 정도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진전되었다. 간수들은 권력을 남용하면서 점점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반면에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갈수록 소극적, 부정적으로 의기소침해지고, 적대적으로 변해갔다. 이 실험은 개인에게 미치는 사회적 역할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권위에의 복종에 대한 밀그램의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개인에 대한 상황과 배경의 중요성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두 실험을 보면서 만약 내가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이 아닌 독일인 간수였다면 과연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권력에 대항할 수 있었을까? 라는 섬뜩한 물음이 들었다. 인간이 성격이 아닌 상황에 반응한다는 '상황주의' 이론을 일깨워주는 끔찍한 실험들이다.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인지조차 없다면, 그 상황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사고에 의해서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아무리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길을 걸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잘못된 판단으로 그릇된 길을 선택 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길을 걸어갈 때 인지하고, 올바른 길을 다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장의 뒤에 해당 경우가 적용된 드라마, 영화, 책의 소개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