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하게, 아주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이제까지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 순간 이 파업으로 인해 내 가정이 무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아주 평범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내가 죽음을 생각하고 있고, 어느 순간 내가 목매달고 있고...... 이거 못 견디겠어요."-26쪽
그들은 왜 그날 지붕 위에 섰을까? 어쩌자고 가마솥처럼 찌는 공장 안에서 77일을 버텼나? 온 나라가 그들의 파업 때문에 망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왜 꿈적하지 않고 쇠파이프 하나 들고 그 지붕 위에 서 있었나? 어쩌자고 이미 용산에서 피를 맛보고도 조금도 자책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와 맞섰나? 꼭 그래야 했을까?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62쪽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은 사람의 수에다 다시 사람의 수를 곱한 것처럼 무한대일 것이다. 나는 엄마가 된 후 가끔 내가 고운 말만 쓰고 아이에게 매 한번 들지 않고도 어떻게 아이를 괴롭히고 학대할 수 잇는지를 알게 되었다. 머리만 써서 아이를 망치는 방법은 천 가지도 넘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서 당연히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들의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중 아이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모호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양육태도가 양가적일 때 그 아이는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 일전에 가톨릭 피정을 갔다가 '악의 특징'이라는 정의를 배우게 되었다. 나는 그저 '나쁘고, 못되고, 잔인하고' 같은 것들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주 간단한 단어들이 나열되었다. 혼돈, 지연, 분열.-88쪽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행동이 굼뜬 마지막 두 명은 엉덩이를 부딪치며 마지막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 하고, 대개는 한 명이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밀어버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그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이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 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마치 그런 놀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기준도 없고, 이유도 납득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으며,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를.-92쪽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 한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에서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걷고 있다 정처도 없이 걷고 있는 사람은 내게로 오고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엄숙한 시간> 중에서
~ 이들은 아직도 죽음 앞에 서 있다. 희망이, 정의가 없는 까닭이며, 그것이 회복될 가능성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며, 자신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힘센 정권과 여론이,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그들에게 억울함을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 출연했던 한 노동자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달라고."-146쪽
좋겠구나 이젠 한진중공업 작창수처럼 YH무역 김경숙처럼 굳이 끌고 가 떠밀어 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져 죽어가니
너희는 참 좋겠구나 이젠 용산에서처럼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망루에 가둬두고 짓밟고 태워 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피 말라 죽어가니 - 송경동, <너희는 참 좋겠구나> 중에서-150쪽
<풀입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며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입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157쪽
<함께 살자, 함께!>
제주 해녀를 감탄스럽게 바라보던 외국인이 물었다. "만일 장비가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겠군요. 예를 들면 스킨스쿠버 장비 같은." 해녀가 대답했다. "그렇죠. 그런 게 있으면 지금보다 100배는 더 많이 딸 수 있겠죠." 외국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왜 그걸 사용하지 않으십니까?" 해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100명분을 다 따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하라고요?" -165쪽
쌍용자동차 투쟁이 그 전의 정리해고 반대투쟁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본의 철저한 배제 전략, 숨 쉴 틈 하나 주지 않는 고립과 낙인, 그리도 무대응, 공동체의 붕괴 따위에는 관시이 없고 갈등을 피할 핑곗거리가 풍부하다는 것 등이라고 혹자는 말했다. 생각해보라. 삶은 파탄 나고 하루아침에 빈민으로 전락했다. 상처의 휴유증은 몸과 마음에 깊이 새겨져 하루 종일 스리다. 희망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는데 폭도, 빨갱이라고 손가락질마저 받는다. 그런데 미워할 대상이 없다. 친구도 끊어지고 동료들오 뿔뿔이 흩어진 날, 곰곰이 생각해보지 더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지 못한 내가 바보고 죄인인 것만 같다. 부모만 잘 만났어도 이런 일을 없었을 텐데,이제 나 만나서 아내와 아이들도 고생하는 것 같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내가 죄인이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게, 남 탓 해보지 못하고 평생을 산 착한 그들에게 가장 쉬웠을 것이다.-167쪽
나는 그렇게 배웠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고, 우리 사회는 힘이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함부로 지배하고 잡아먹는 정글이 아니므로 국가가 필요하고 공권력이 탄생했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복종하고, 그들이 내라는 대로 세금을 내고, 웬만한 비리에도 대개는 눈을 감는 것은 그들이 이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철 안에서 힘이 센 남자가 나에게 폭력을 가하면 공권력이 분명 그를 처벌하고 나를 보호할 거라는 믿음이 아직 내게는 있다. 그게 물리적 힘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돈의 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이 달라진다. 그렇게 달라진 이야기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했다.-168쪽
희망식당 하루 1호점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 50m 앞 실내포차 매주 일요일 12:00~22:00 운영 2호점 7호선 상수역 4번 출구 앞 춘삼월 매주 월요일 12:00~22:00 운영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 http://thewarak.com http://cafe.daum.net/warakmoa-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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