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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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술과 회화를 소재로 한 소설에 관심이 많아 즐겨 찾아보던 차에 읽게 된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이 책을 읽은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잘 쓴 소설이란 겁니다. 잘 쓴 소설의 기준이 뭐냐고 하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제가 꼽는 잘 쓴 소설은 등장인물들과 플롯이 탄탄하면서도 절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다른 소설책에서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설의 어딘가에 총이 나왔다면 언젠가는 그 총이 발사되야 한다는 식이라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정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넘칠 뿐 아니라 그 등장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고, 아주 작은 역이더라도 개성이 넘쳐서 마치 그 인물 하나만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풍기죠. 좋은 소설은 그렇게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비단 잘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잘 나가는 초상화 화가, 적당히 타락하고 적당히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품으며 일상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화가에게 거금을 줄테니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 더군다나 피사체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그려야 한다는 황당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의뢰를 풀어야 하는 화가라니. 소재부터가 무척 흥미롭더군요. 그렇게 신비에 감싸인 귀부인의 초상화를 그려가는 와중에 두 눈에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여인들의 사연이 겹쳐져서 이야기는 더 속도감이 있게 전개됩니다. 시쳇말로 폭풍 같은 이야기 전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휙휙 넘겼습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초반의 미국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그 시대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최후의 낭만이 남아 있었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샤루브크 여인의 초상, 간만에 즐겁게 읽은, 근사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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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 - 2 드레스덴 파일즈 2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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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SF 영화 '콘택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구 말고 또 생명체가 사는 별이 있을 거라고 간절히 믿고 찾는 조디 포스터에게 왜 그렇게 매달리냐고 묻자 대답하죠.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다고 생각하면 외롭잖아.'

 

지금도 생각해보면 살짝 마음을 들뜨게 하는 멋진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짐 버처가 쓴 '늑대인간'도 약간은 그런 소망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구상에 인간만이 유일무이하게 주인공으로 활약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재미없잖아! 하고 외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 많이 시대 착오적인 마법사 해리가 살짝 찌질한 캐릭터로 분하여 늑대인간들과 맞서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실 해리의 이름을 보며 낄낄 웃었습니다. 해리와 후디니와 카퍼필드와 이런저런 마법사 이름들을 조합해서 만들다니. 작가가 약간 도식적으로 이야기를 쓰지 않았나 하는 실망도 들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야기는 지리하지 않게 전개되고 최후에 마법사가 반격해서 늑대 일당을 물리치는 장면은
꽤 박진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야생의 느낌을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이 좋더군요. 피를 갈구하는 야수의 본능,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공격성의 분출 같은 부분은 늑대소설로서의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고 봅니다.

 

이 책은 드레스덴 시리즈 2편이라고 하던데. 그래선지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악당 마콘이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돼서 아쉽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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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책
Anonymous 지음, 조영학 옮김, 이관용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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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책을 보니 두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씬시티와 새벽의 황당한 저주. 둘 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 소설은 바로 그 두 영화의 분위기와 오락적 장치들을 그대로 글로 옮겼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낄낄거리면서 책장을 넘겼지만 정통파를 주장하시는 독자들은 좀 지나치게 가볍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줄거리나 등장 인물들에 대한 소개는 가급적 리뷰에 쓰지 않는 편이라 이번에도 생략하고 인상적인 점 몇 가지만

적어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이 소설은 호러 영화와 심리 스릴러와 좀비 영화의 팬이라면 모두 열렬하게 추종하는 영화들을 등장 인물들의 대화 요소요소에 심어 놨습니다. 하지만 싼티 나는 패러디 영화들과는 달리 그 패러디 기법이 아주 귀엽고 재치가 넘쳐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가장 행렬에 등장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과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아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그야말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또한 비슷한 듯해서 헷갈릴만 하면서도 또 나름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좋더군요. 이런 장르 소설의 경우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아주 표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소설의 재미를 반감하기 일쑤인데. 이 소설에는 코믹한 캐릭터와 카리스마로 먹고 사는 캐릭터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포스 최강인 버번키드와 잔머리 대왕인 바텐더 산체스 그리고 단순무지한 엘비스와 극히 떨어지는 지능과 힘으로 살아남는 단테란 인물처럼 말입니다.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인인지 알아볼 수 없게 복잡다단하게 꼬인 인물들의 관계와 죽어도 계속 살아나는 인물들이 사는 언데드 세상이 매력적으로 버물려진 '이름없는 책' 더운 한여름 밤을 식혀줄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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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다이어트 - 날씬해지면 성격도 바뀐다
다테 유미 지음, 박주형 옮김 / 지상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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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습관처럼 하던 신문 스크랩을 하다가 문득 한 책 광고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  굶지 않아도 되며 양껏 먹어가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니. 거기다 피부까지 이뻐지는 다이어트. 체중계가 아닌 줄자로 몸매를 관리하라는 저자의 말.  

 

사람의 맘이란 참으로 간사하여 출판계에 몸을 담고 있어 책광고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온라인 광고가 아닌 책 광고에 또 솔깃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나에게 마법의 비법을 가르쳐줄 책의 배송을 꼬박 이틀 기다렸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다이어트' 흠... 제목은 내용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그리 생뚱맞지 않았다. 책의 콘셉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듯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진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아주 평이한 문체로 독자와 대화하듯 다이어트의 팁을 풀어가는 저자의 충고는 책의 삼분지 이 정도에서 똑 끊기고 그 다음부터 식사 일기가 부록으로 나온다.  

 

뭐야, 고작 이걸 읽으려고 이 책값을 지불했어? 순간 여기에 나온 내용은 인터넷에 조각조각으로 떠도는 다이어트 팁과 별반 다를바 없지 않냐는 울컥한 마음도 든다. 물론 나름대로 실천해볼 사항도 많긴 하다. 밥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좋은 기름을 먹어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 이런 정보 정도는 참신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용이 약간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이 책과 더불어 지금도 생각나는 한 일화.  제화회사의 회장이 사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제군들은 구두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구두를 신은 아름다운 다리라는 이미지를 파는 것이란 점을 잊지 말도록.' 

이 책 역시 다이어트법을 파는 게 아니라 다이어트를 하면 몸매도 이뻐지고, 피부도 윤기가 흐르고, 성격도 착해질 거란 환상을 팔았단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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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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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의 책을 두 권씩이나 읽었다. 블링크를 읽고 이번에 읽은 아웃라이어가 두 번째다. 티핑 포인트까지 다 읽어볼까 생각중이긴 하지만 별로 실현 가능성은 없다. 시간 대비 꼭 읽어야 할 거란 생각이 안 들어서 말이다.  

 

이 책 아웃라이어는 참 재미있다. 실용서인지 인문서인지 자기 계발서인지 분류가 아리까리한 책이긴 하지만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속도는 눈 돌아가게 빠르다. 이런 면에서 글래드웰이 솜씨좋은 이야기꾼이란 점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천재들이 왜 천재인가? 그리고 그들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나.   이점을 테마로 풀어간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 즉 한 분야의 고수가 되기 위해선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풀고 있다. 흠. 이게 하루에 3시간을 해도 10년을 부어야 한단 말이지. 과연 녹록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해 보이진 않으니 이래서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세상에서 이름난 천재들의 성공 배경을 푼 부분은 역시 참신했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좀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 동양의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아이들이 수학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과 환경과 유산이 크게 작용한다는 이론에서는 급실망하게 된다. 뭐야. 이거야 말로 뭐 대를 이은 가난과 부의 스토리잖아. 글래드웰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나라에서 천재나 성공한 인물이 나올 수 있는 곳은 그야말로 강남 그 중에서도 8학군의 아이들이란 말 아닌가.  

 

물론 글래드웰이 강남 땅값 올리자고 이런 책을 쓴 건 아니지만 읽어가다보면 짜증나고 우울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부모의 부와 적극적이고 능수능란하게 사회생활을 해가는 실용 지능이 높아야 한다는 부분(그것도 역시 부유한 부모들이 잘 키워줄 수 있는 여건이 크단다)과 아이를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이것도 돈이 들어가야지 원) 이론은 뭐... 결국 개인이 자신만의 날개로 날아갈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론아닌가.  

이래서야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이 각박하고 빡빡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통찰력과 지혜를 얻고자 함이지, 기존 현실의 현상 유지와 합리화를 위해 읽는 게 아니다. 고로 이 책은 절반의 실패이다. 기존의 성공한 인사들의 성공 배경을 자세하게 밝히면서 그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밝힌 건 참신하고 독특한 접근법이었지만 후반부의 문화 유산과 가정의 역할에서는 별다른 타개책이 없이 답답하고 진부한 현실 묘사론으로 읽힌다는 것.  

 

글래드웰이란 네임 밸류 때문에 한동안 이 책이 잘 나가긴 하겠지만 눈을 번쩍 틔우는 통찰력은 없었다는데 사뭇 안타까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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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대 2009-04-0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 일본전산 완전 강추합니다. 이댓글을 달려다가 닭살이 쫙쫙 돋네요 저두 아웃라이어 읽다가

고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 리뷰 보다 님 글을읽고 책한권 추천 해요 일본전산

일 이던 삶 이던 어느것을 할때 가장 중요한것은 기회나 타고난 소질 기타 등등 중요한것이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모니모니해두 가장 중요한것은 마인드지요

긍적적인 마인드와 할수 있다는 마음 가짐 뜨거운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어떻게 태여났던

어디에 있던지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쓸수 있는 저의 삶에 너무나 감사해 하고 있씁니다.

행복한 삶 사세요 지나가던 악대 올림니다^^

dulcineta 2009-04-1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악대님. 추천하신 책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