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아르바이트 11(이제 요령 좀 부림. 요령부심)

부재 : 고객 방관일지 (단골편)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느는 거하곤 좋게 말하면 요령, 노하우 나쁘게 말하면 가라, 농땡이 이제는 손님들 눈치도 좀 볼 줄 알고 여유롭다. 그렇다고 노는 건 아니에요 사장님, 믿어주세요.

 

역시 오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손님 이야기지요. 오늘은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40~50대 정도의 아버지뻘 고객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곳만 그런 것 인지 모르지만, 저희 PC방의 단골손님들이십니다. 주로 하시는 게임은 인터넷 포커, 리니지, 그리고 드라마 또는 영화 감상이고요. 리니지가 주를 이룹니다.

게임을 워낙 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리니지는 그저 돈 버는 게임정도 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커는 잘 모르겠는데 포커자체가 돈이니까. 주로 게임을 생계를 위해서 하시는 것 같습니다. 진짜 기억이 나는 단골손님은 저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우선 단무지 할아버지 그저 단무지를 싫어하셔서 항상 제가 아르바이트 하실 때 라면으로 식사를 하십니다.

알바야 나 라면 한개

내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라면을 끊이면서 항상 정량대로 끊였는데 왠지 더 드리고 싶어 라면에 쥐똥만큼 들어가는 계란을 왕창 부어서 끊여 버렸습니다. - PC방에서는 풀어놓은 계란을 조금이 따라서 씀 거의 계란국인줄 단무지도 왕창 아르바이트의 힘은 여기까지

라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어 고맙다. 옆에 둬라.”

여전히 리니지 중이셨습니다. 그렇게 자리들을 정리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직접 라면그릇을 가져오셨습니다. 아시다시피 보통손님들은 아르바이트가 치우기 전에는 손도대지 않는데 좀 놀랐습니다.

재가 치워도 되는데요.”

아니다. 화장실가면서 가져왔다.”

아 네어색 어색

그리고 단무지는 주지마라. 나 단무지 안 먹는다.”

~>.<”

왠지 진짜 할아버지와 하는 대화 같았습니다. 아니 그 느낌이

다른 분들이라면 역시 백발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계속오시다가 한 2일 정도 안 오십니다. 제가 옆으로 듣기로는

아 힘들다. 힘들어.”

형님 오늘 일을 힘든 거 하셔서 그런 거 같소.”

글제 마 죽끄따.”

일을 하고 오신 듯하다. 그리고 경상도 분이셨습니다. 항상 공장유니폼을 입으시고 슬리퍼를 신고 저희 PC방을 오시죠. 한번은 혼나기도 했지요.

아야 이리 와봐라

내 찾으셨어요.”

그래 왜 시간이 빨리 안 차나

아저…….”

시간이 안차서 리니지 죽어버렸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아따 이거 키우려면 며칠은 돌려야 해야 하는데

아 예…….”

혼났다고 해야 하나. 잠시 이야기 들어드렸다고 해야 하다. 그 당시 조심스레 자리를 피했지요.

 

아 쓰고 싶은 단골 분들이 너무 많아 너무 많아 많은 것이 좋은 것 아닌 것 같지다.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람이 꼭 집에서 생활을 해야 하다하는지 이게 고정 관념인가. 새벽 5시정도 되면 집에 가시지 않는 손님들은 게임을 자동으로 돌리고, 의자에 누워 주무십니다. 토요일이면, 구겨짐 로또종이들이 돌아다니고, 스포츠 토토도 넘쳐 있습니다. 복권도 다 취미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게 이상한가.

아르바이트를 하면 갈등이 생긴다. 집에서 잠을 자는 게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고, 집에서 밥을 먹는 게 꼭 답은 아니고, 나이 들어 가족과 시간을 보네는 게 정도는 아니구나. 이런 삶도 있는 것이고 저런 삶도 있으니까. 하지만 좀 슬프다. 마음 한 귀퉁이가 답답하다. 심근경색인가.

나 같은 어린놈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가령 언제부터 집에 안 들어 가셨어요.”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어디 가족은 없으세요.”

해봤자. 뭐해.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는 게, 이분들도 밀려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런 소리를 하면, 어이없고 힘드실 탠데

오늘도 나는 방관자,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무력감을 느낄 때 방관자가 된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방관할 수밖에, 우리가 방관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방법이라도 알려줬으면 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게. 아니면 알아서 바꾸던가. 제발 좀 아

 

우리도 방관자가 되고 싶어서 된 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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