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세상 - 지끈지끈
pc방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언제나 같은 풍경들이다. 밝다 밝은데 이제야 잠을 자러간다.
once you see all those animals 귀가 울린다. 책에서 영어 회화를 100번씩 들으면 나중에 영어가 술술 나온다고 해서 듣고 있다. 무한반복이다. 입으로도 해야 하지만 왠지 사람이 많다. 나를 포함 8명 정도 시골버스 치고 선전하고 있다.
덜꺼덩 덜꺼덩
한적한 시골 정류장 할머니 한분과 할아버지가 타신다. 할머니는 버스기사님 바로 뒤에 앉으신다. 할아버지는 후문 옆이다. 모두 앉았는데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얼마 넣으셨어요.”
“700원 넣었지.”
“1700원이에요. 1000원 넣으셔야 되요.”
할아버지가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 돈을 내셔야죠.”
기사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우선 출발하세요. 기사님.”
내 맞은편 아주머니가 말한다.
기사님 뒤편 할머니가 일어나 기사님과 애기를 나누신다. 자세히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얼마가 모자른가요.”
“취하셔서 그러니까 넘어가세요.”
정도였다.
기사님은 마지못해 출발하면서 한번더 큰소리로 말한다.
“할아버지 1000원 넣으셔야 되요.”
할아버지가 일어나 앞으로 걸어간다.
“야 내가 1000원짜리 한 장 없는거 같냐.”
“너는 니 아버지한테도 욕하냐.”
할아버지는 돈을 넣고 돌아와 서서 자신의 뒷자리 아저씨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내가 경찰이야 경찰”
“법이 머가 필요해 내가 법인데.”
“야 이 시벌놈아 너는 애미애비도 없냐.”
기사님은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신다.
“할아버지 기사님 욕 안 했어요.”
“기사님 이 무슨 잘못이에요.”
내 맞은편 아주머니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자리에 앉으신다.
버스는 다시 조용히 길을 가른다.
once you see all those animals 귀가 윙윙 덴다.
머리도 지끈지끈하다. 잠을 못자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