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언이설 - 시속 인문학 수프 시리즈 5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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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글쓰기에 대해 피력한 '일도(一刀)가 만도(萬刀)가 되는'의 소제목의 글을 읽고 '성공적인 글쓰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루의 일상에 대해 적는, 다분히 개인적인 글 일기 하나 끄적거리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하물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잘 다듬어진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볼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넘어 존경스러움까지 느낍니다. 머릿속에 글거리가 있으되 글이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의 괴로움, 안타까움을 느낄 때마다 글쓰기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곤 합니다. 작가는 '내 안의 웅성거리는 것들을 보다 원석(原石)의 상태로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여전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감언이설'이 벌써 인문학 수프 시리즈 5이니 앞으로 작가의 그 욕구로 시리즈 10을 넘을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능통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글쓰기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스스로 글쓰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인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라는 말한 부분에서는 작가와 생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인문학적 글쓰기에 국한하여 한 말이겠지만 자신의 내면의 고통과 상처, 깊은 사색을 거쳐 나오는 글쓰기가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상상력과 인간이라는 부제의 글 가운데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고 문학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서편제'라는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청준의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소리의 빛에 나타난 남도 소리와 남도 사람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전라남도 장흥의 진목리  마을사람들의 '선학동 나그네'라는 문학 작품에 대한 그 사랑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소설의 영향으로 행정구역상 '산저리'였던 동네 이름도 '선학동'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선학동 나그네'가 단순한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을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신화였던 것이지요. 

'자애와 염치'라는 글이 있습니다. 아랫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과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일에만 부족함이 없다면, 늙는 일의 외로움과 고단함이 많이 감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다시 나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늘 새해가 되면 지난 해보다 더 너그러워지는 마음을 갖자고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생활을 통해서도 뼈져리게 느낍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겠지요. 질타보다는 자애로움,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를 내 자신에게 당부해봅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듦에따라 부끄러움을 알아야한다는 의미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이기적인 마음을 경계하라는 뜻이 아닐까생각합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자애와 염치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 감언이설에는 경서는 물론 소설, 영화, 시가 인용되었는데, 읽은 작품보다는 아직 접해보지 않은 작품이 더 많이 보입니다. 시간을 내서 책에 인용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먼저 읽어 보고 싶은 것이 김숨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입니다.  네 개의 표제로 이루어진 감언이설은 많은 내용을 공감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읽었습니다. 솔직담백하다는 느낌이 이 책과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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