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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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유난히 긴 소설. '하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 오승호 작가의 작품을 흔히들 사회파 미스터리라 지칭한다. '도덕의 시간', '스완', '하얀 충동' 등에 나타난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읽은 '하나구치 요리코....' 역시 부조리에 눈을 감고 살았던 자신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부조리에 방아쇠를 당긴 요리코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임을 또한번 입증해주었다.

'현재-5년 전-4년 전-작년'이라는 시간을 왔다 갔다하면서 이야기는 서술된다. 시작 부분을 읽으면 대체 무슨 이야기지?하는 생각을 했다. 백부로 불리는 이로카와가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백부와 같이 생활하는 요리코의 가족 도키로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주인공 히나구치 요리코 이외에도 우라베 아오이 역시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주택가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3명이 사망한 사건의 범인 우라베가 아오이의 오빠이며, 우라베 사건으로 그녀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두 여자는 함께 우라베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점점 실체에 다가갈수록 두 여자의 교집합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라베 사건의 진실이 드디어 밝혀졌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너무도 왜곡된 진실이었다. 지팡이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 옳고 그름도 판단할 줄 모르고,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며 특히 인간의 존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살았던 요리코.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살았던 요리코 자신은 부조리하다는 자각도 하지 못한채 그런 삶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오이와 함께 캐논볼을 힘차게 쏘아올리기로 한다. 부조리의 대명사인 백부의 목을 향해 펜을 꽂고, 엄마와 오빠에게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비로소 그동안 그녀의 눈을 가렸던 장막을 거두고, 녹록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존엄이 살아있는 세계로 나아간다.

요리코의 지난 삶은 충격이었다. 그것은 사이비종교집단이 연상되는 세계로 현실에 있을 법한, 아니 현실에 존재한다. 부조리의 세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요리코와 아오이가 쏘아올린 캐논볼은 그녀들이 펼칠 앞날의 신호탄이다. 이를 계기로 그녀들의 운명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낙하를 한 요리코에게는 이제 앞으로는 일어서는 일만 남아있다. 힘차게 일어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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