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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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다. 그 속에 빨려 들어간 나는 미소에서 눈물로 안타까움에서 평온함으로 유영한다. 거대한 산 아래 그들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마치 내 유년도 그랬을 거라는 있지도 않았던 몽상에 빠진다.

나는 할아버지를 뵙지 못했다. 아버지는 도전과 몰락을 반복하느라 너무 바빴었고 그 덕에 나는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국민학교 다섯 군데를 다녔다.

글쎄, 지금은 어느새 유년도 청춘도 다 가버린 셈이고 그렇다면 언젠가...

일자무식 지식은 없지만 극한현명 지혜로 가득한 체로키스타일이 되어

손자에게 달려드는 독사 앞에 목숨걸고 맨손 내밀어 막는 무한사랑의 할아버지가 될. 그런 시대가, 상황이 오기나 할런지..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 - 포레스트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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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에서 나가라 - 상
무라카미 류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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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래 소설이다. 소설 배경이 2010~2011년인데 왜냐고? 자세히 보면 발표된 시기가 10년 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6년에 나온 듯하다. 내가 늦게 읽은 거다.

 

 

사건이 쇼킹하다. 경제부흥에 실패한 어정쩡하고 무기력한 일본정부. 미국과 중국이 대결모드가 아닌 서로 잘 살아보자는 상생적 역학관계.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마저 살짝 화해모드에 편승하는 묘한 분위기. 이런 틈바구니에서 북한이 인구 100만의 후쿠오카를 따먹어 버린다.

 

 

9명의 특공대가 후쿠오카 돔구장에 침투하여 프로야구 개막전 관람 인파 수만명을 인질로 삼고 상황을 끌어가는 사이 후속적으로 도착한 5백명 북한 군대가 후쿠오카를 완전 점령한다. 후쿠오카현 지사와 시장은 언론에 후쿠오카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한다.”고 발표하게 된다.

 

 

초동 대응에 실패한 일본정부는 도쿄 또는 열도 전역으로 침공이 확산될까 두려워 아무런 강경대책을 취하지 못한다. 그 사이 북한으로부터는 12만 대군이 후쿠오카 상륙을 위하여 해상으로 몰려오고 있다.

 

 

북한은 그 군인들을 체제에서 이탈한 반란군이라 규정하며 외교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미국도 중국도 심지어는 한국도 (실익이 없으므로) 이를 일본 국내 문제로 취급하여 묵인한다.

 

 

묘한 것은 시간이 감에 따라 변해가는 후쿠오카 시민들 의식. 일본정부 경제정책에 실망을 거듭하다가 국가의 보호로부터 버려진 후쿠오카 시민들. 역사적으로 외세 침략이 없어 자국 내 전쟁 역사가 없는 이들은 상황이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한편의 인간들은 너무나 계산이 빨라 정부로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오히려 이것이 경기 활성화 기회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한다. 갑자기 늘어날 12만명 의식주는 소비활성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 사건은 결국 해결된다. 그러나 누가 해결하였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그것으로 후다닥 결말을 맞게 되지만 이 소설은 장장 1천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다. 만화같은 흡입력을 자랑한다.

 

 

어떤이는 소설 따위는 읽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약간 반대인 사람이다. 사람마다 몽상가적이던지 실리탐구적이던지 감성적이던지 학구적이던지 뭐 읽는 취향이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 연구결과를 대부분 나열하고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이는 데도 그것이 자신의 위대한 주장인 양 설득하려는 불완전한 인쇄물보다는 소설이 낫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냄새나는 인간사를 빼놓고 갈 수 없다. 그래서 좋다. 또한, 소설은 공감과 납득의 상황을 깔고 설득력 있게 밀어붙이려면 지식 전달이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므로 지적인 탐구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건질 게 없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현실적으로 꼬린내나게 만들어 내는 그들을 우리는 작가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것 중 일부는 고전으로 추앙받기까지 한다. 위대한 작가란 위대한 뻥쟁이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다시 돌아와서.

 

 

반도에서 나가라.’는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 즉 지식전달 없는 독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주워 담을 지식이 넘치고 남는다. 작가 혼자가 아니라 마치 거대한 연구소가 방대한 취재와 구성에 동원된 것 같다.

 

 

소설 속 인간사? 이것도 장난 아니다. 어쩌면 코믹스럽기까지한 상황에 던져진 불운의 두 그룹. 그렇다 문자 그대로 트래직코믹이다.(익스트림의 트래직코믹이 이유 없이 흥얼거려진다. 그건 머피의 법칙 비슷한 로맨스팝송이라 이 상황과는 맞지 않는데...)

 

 

비극의 한 그룹은 개방사회로부터 단절되게 살다 갑자기 거대한 자본주의 무역도시를 휘어잡은 북한점령군. 눈물 절절한 개별적 인간사 장난 아니고, 무서운 총칼을 지녔음에도 과거 제국주의 일본군과 달리 인간으로서의 건전한 예의를 갖춘 모습은 점령당한 시민들에게 차라리 감동을 주기도 한다.

 

 

또 한 그룹은 사회로부터 격리당한 노숙자들. 대부분 10대이며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범죄자들이다. 세계 각국의 살상무기를 수집하거나 맹독성 파충류를 기르거나 폭발물에 천재적인 관심을 가지거나 친족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이코, 소시오패스, 뭐 그런 완전 말종들이다. 그들은 정상적인 사회와 쌍방 거부하며 소외받고 살았겠지만 작가는 스토리를 통하여 그들 개별적 인간사도 나름 이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해결할 엄두도 못내던 이 대단한 시츄에이션이 결국 이들의 장렬한 희생으로 해결된다.

 

 

더불어 씨호크호텔과 후쿠오카돔이 박살난다. (후쿠오카돔 왕정치기념관에서 나에게 내용을 알 수 없는 설문지를 건네던 코스프레 소녀들이 생각난다. 후쿠오카돔과 연결되어있던 호텔은 힐튼이 아니었던가? 거기 묵었던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씨호크로 나온다. 뭐가 맞는가?)

 

 

... 이거 내 목표 다섯줄 서평이 아니라 완전히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재미있다. 꼬릿말잇기식 말장난만 늘어놓다가 어느새 진지모드로 돌입했다가 또 어느새 말장난으로 돌아와 마무리 짓기도 하는 무라카미류식 입담은 잘 읽어보면 깨알같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햇빛에 점점 녹아드는 하드 작대기 빨듯 쪽쪽 달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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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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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세계의 젊은 지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혁명가. 과연 무엇이 그를 그토록 영웅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나?

 

 

그는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유분방하게 독서하고 사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의사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남미 일대를 여행하며 민중들의 피폐한 삶을 보았다. 봉건 잔재가 신대륙을 침탈한 제국주의 그늘에서 철저하게 빼앗기고, 최소한의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아픔을 보았다.

 

 

그는 의사로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는 대신 혁명을 꿈꾼다. 인본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그 꿈이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일지 모른다는 반복된 회의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숙명적인 카스트로와의 만남으로 쿠바 민중을 불평등한 지배구조로부터 구해낸다. 잠시 쿠바에서 중앙은행 총재, 산업부장관 등 정부요직을 거치지만 쿠바인이 아님으로써 겪어야 하는 정치적 난관을 만난다. 공은 사라지고 과는 크게 남는 법이다. 그는 쿠바를 떠난다.

 

 

전 세계 억압받는 민중해방을 위해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또 다른 혁명을 시도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가 쿠바이외의 나라에서 혁명적 성공을 더 거두었다고 할지라도 그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를 이루었을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가 존경하였던 마오쩌둥의 시대가 그렇고 그가 혁명적 성공을 선사하였던 카스트로의 쿠바도 그렇다. 모두 개방과 개혁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에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 다수 자본을 소유한 보수적 지도자들은 그를 매도한다. 자유경제를 억압하는 공산주의자, 무자비한 무장 게릴라, 정부질서를 파괴하는 테러리스트. 과연 그가 많이 가진 소수의 부를 빼앗아 다수에게 나누어 주는 분배논리, 단지 그것만이 평화로운 세상을 가져올 유일한 수단이라는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에 불과하였을까?

 

 

그러나 모두 틀린 주장임을 역사는 안다. 그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주장하였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이 시대의 젊은 지성들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별이 그려진 베레모와 장발, 다듬지 않은 수염. 붉은 배경의 모노크롬은 마치 눈밭에 나타난 예수의 형상처럼 열광을 넘은 존경마저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고 보니 처음 보았던 그 때와 사뭇 다르다. 마치 다큐멘터리가 인간냄새 진하게 나는 영화로 다시 개봉된 느낌이다. 그 절절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니 코끝이 시큰해지기까지 한다. 15년이라는 세월에 나의 사고력과 감성이 달라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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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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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일의 즐거움. 조금 거름냄새 나게 고치면 남새밭의 고단한 즐거움이다. 헤르만헤세의 원고들을 모으고 모아 자연친화적 녹색의 글들만 엮은 책이다. 번역도 부드럽고 읽기 쉽다. 산문도 있고 편지글도 있고 미완성 단편소설도 있다.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도, 그것보다 더 그림 같은 시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시()는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독서, 즉 묵독만으로 좋은 시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베껴 써 보아야 한다. 그 시를 내가 짓는 듯 따라가 본다면 그 시가 나에게 말을 건다. 어느새 그 시와 내가 대화하고 있고 시속으로 들어가 그 정원에서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다. 음을 어떻게 붙이든 운율을 따라 입으로. 시인이 만들어 놓은 길, 그 행과 연의 호흡으로 노래해 본다면 베껴 쓰는 것보다 한층 더 높은 시아일체(詩我一體)의 상태가 된다. 시는 읊어야 제 맛이다. 이런 순간은 나만의 에고이즘 극치이며, 그 모습을 남들이 보면 '약간 미친놈!' 그게 흠이라면 흠이다.

 

 

나는 이 책 전체를 시라 단언한다. '좋은 책' 느낌으로 내 책장에 고이 모셔둔 게 10년 넘었다. 법정스님이 극찬했다는 뒤표지의 문구가 있으니 양서(良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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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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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9년인가 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샀는데 책이 두께에 비해 비싸다는 불만이 있었음이 떠오른다. 제목이 나의 지적허영심을 건드렸을 것이고, 실천 없이 게으른 나의 습관은 쉽고 얇은 책을 선호한 듯하다. 알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어렵고 두꺼운 책은 쉽게 손대지 못하는 심리적 아이러니가 가성비에 대한 의혹을 이긴 듯하다. 호모쿵푸스!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단어 조합이고, 책이 얇다는 것은 축약된 주장을 설득력 있게 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선택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13. 두 달에 한 번씩 예정된 직장 교양강좌 다음 회 강연자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후보 명단에서 고미숙 작가를 보았다. 나의 찜으로 후배 직원이 실제로 섭외하였고 작가는 우리 초청에 응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한 것 같다. (회사는 광화문 네거리에 있고, 200명 정도가 참석하는 강연이었으며, 강연료도 섭섭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았다. 다다음, 그 다음으로 회차를 변경하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고미숙 작가와의 인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환경변화로 직장교양강좌는 하지 않으며 나도 자리를 옮겼으니 서로 잊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구매하게 된 내 얍삽한 선택을 수도 없이 때린다. 알고 싶은 욕구를 실천하지 않는 게으름과, 심오한 고전에 도전하지 않는 용기 없음을 질타한다. 내가 나에게 스스로 변명하고 있는 이런 저런 상황은 모두 나약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성하게 만든다.

 

 

작가는 말한다. “연애가 좋다지만 무상하기 이를 데 없고, 쾌락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날마다 해도, 평생 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게 공부다. 공부는 최고의 지식이자 사회를 변혁하는 무기임과 동시에 운명을 통찰하는 지혜의 수행이다.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럼으로써 "선택지는 딸랑 이거!"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공부하거나 공부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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