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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 2024 부커상 수상작
서맨사 하비 지음, 송예슬 옮김 / 서해문집 / 2025년 6월
평점 :
참으려고 했는데도 리뷰 참을 수 없는 책. 2024 부커상 수상. 과학이지만 가상이 없고 픽션도 아닌듯이므로 SF는 아니라 단언한다.
궤도(Orbital) - Samantha Harvey
지구 밖 250마일 궤도를 9개월간 도는 6인의 일상과 감상을 관찰과 반성과 과거와 미래로 풀어내는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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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맞이한 우주년 마지막 날 늦은 오후에
‘누구보다 기회주의적이고 교활한 형태로 진화한 존재. 불을 피우고, 돌을 쪼개고, 철을 녹이고, 땅을 갈고, 신을 숭배하고, 시간을 세고, 배를 타고, 신발을 신고, 곡물을 사고팔고, 육지를 발견하고, 제도를 수립 하고, 음악을 짓고, 노래를 부르고, 물감을 섞고, 책을 읽고, 숫자를 처리하고, 화살을 쏘고, 원자를 관찰하고, 몸을 꾸미고, 알약을 삼키고, 사소한 것에 연연하고, 고민하고, 마음을 가졌고, 또 마음을 잃고, 모든 것을 약탈하고, 죽음을 논하고, 과잉을 사랑하고, 과잉으로 사랑하며, 사랑 때문에 방황하고, 사랑을 결여했으나 사랑이 없어 허전함을 느끼고, 그래서 사랑을 갈망하고, 갈망을 사랑하는, 두 다리를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타나게 되었고
두번째 우주년이 있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지나갈 것인데
’지상 존재는 불행한 어느 별의 에너지를 가져다 남김없이 들이켜는 외골격-인공두뇌-기계-죽지 않는-사후존재가 되어 있‘고,
’지금 우리는 무상하게 피어난 삶을 살고 있‘고 ’광란의 존재가 딱 1번 손가락을 팅기면 모두 끝날이라는 것도‘ 알고 ’여름에 터져 나오는 이 생명은 새싹보다 폭탄에‘ 가까우므로 ’이 풍요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고 표현해 버린다.
아하 그다지도 격렬하게 아웅다웅 옥신각신 싸워대는 정치인을
’그 인물은 어느 구석이라도 혁명적이거나 혜안이 깊거나 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세고 과시에 능하고 뻔뻔하게 권력싸움을 갈망했기에 그 자리까지 오른 자들이 아닌가‘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빛과 색과 그림과 예술을 논하기까지.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