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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정원일의 즐거움. 조금 거름냄새 나게 고치면 남새밭의 고단한 즐거움이다. 헤르만헤세의 원고들을 모으고 모아 자연친화적 녹색의 글들만 엮은 책이다. 번역도 부드럽고 읽기 쉽다. 산문도 있고 편지글도 있고 미완성 단편소설도 있다.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도, 그것보다 더 그림 같은 시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시(詩)는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독서, 즉 묵독만으로 좋은 시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베껴 써 보아야 한다. 그 시를 내가 짓는 듯 따라가 본다면 그 시가 나에게 말을 건다. 어느새 그 시와 내가 대화하고 있고 시속으로 들어가 그 정원에서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다. 음을 어떻게 붙이든 운율을 따라 입으로. 시인이 만들어 놓은 길, 그 행과 연의 호흡으로 노래해 본다면 베껴 쓰는 것보다 한층 더 높은 시아일체(詩我一體)의 상태가 된다. 시는 읊어야 제 맛이다. 이런 순간은 나만의 에고이즘 극치이며, 그 모습을 남들이 보면 '약간 미친놈!' 그게 흠이라면 흠이다.
나는 이 책 전체를 시라 단언한다. '좋은 책' 느낌으로 내 책장에 고이 모셔둔 게 10년 넘었다. 법정스님이 극찬했다는 뒤표지의 문구가 있으니 양서(良書)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