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글씨들.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과 그 이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상과 철학을 쉽고 부드럽게 엮은 책. 무식이 훨씬 통찰력 있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을 경쾌하게 들려준다.
나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첫번째는 인도에서 짜장면 팔기이다. 달달한 짜이를 하루 몇잔씩 마시는 엄청난 인구 대국에서 카레만 편애한다는 의문에서 나온 생각인데 짜장면이라면 무조건 사랑받을 거 같다. 베지테리언 대세이니 돼지고기 식감을 대체할 무엇을 찾고 레시피의 현지화가 필요할 듯 하지만 카라멜이 함유된 한국식 춘장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실현하기 위해 나에게는 긴 수명과 체력과 재력이 필요할테다. 뭐 지금이라도 나의 참신함과 몰두력 그리고 실행력을 믿어주는 인내심 많은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두번째는 완행열차만 다니는 기차역 앞에서 헌책방을 여는 것이다. 내가 읽어 좋았거나 이런 귀동냥 저런 추천사에 읽고 싶거나 그런 책들. 또 도저히 내가 읽을 자신은 없지만 언젠가 피고 되고 살이 될 수 있을거 같아 보이는 책. 소위 지식 수준을 과대 포장할 장식물 같은 책들을 서가에 꽂아 놓고 여행자 위주의 손님을 기다린다면 폼날 거 같다. 도달하지 못한 지적 허영심이 대리충족될 거 같은 기대감 뿜뿜이다. 셰프도 바리스타도 필요없이 방문자를 위한 간단한 간식과 차를 곁들여 싸게 판다면 지금의 나같은 방랑자에겐 여행 중 만나는 저렴하고 좋은 휴게소가 될 것이다.책방은 유일할 필요는 없다. 도시마다 동네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거 같다. 다만 책방지기는 소박하고 검소한 여생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에게는 두번째 꿈 마저도 긴 수명과 체력과 재력은 여전히 필요할 듯 하다.- 윤성근님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SARURU 펜으로 낙서하면서 읽었다.
독립서점 ‘가문비나무아래‘가 문 열기를 기다린다.멜버른 커피하우스의 샹들리에 크기는 사람 세명도 모자랄 듯 크게 번쩍거리고 이집의 예가체프는 유달리 시큼하다.아트홀 가죽 카우치에서 대형스크린 아래 피아노 비지엠. 책 읽거나 멍때리기 최적인 듯. 육천원의 호사다.우연히 가져온 ‘야간비행-생택쥐페리‘.머나먼 파타고니아에서 우편항공기를 지휘하는 리비에르. 임무와 독선과 사람에 대한 고민.앙드레지드가 머리말에서 ‘인간의 행복은 자유속에 있지않고 의무를 받아들이는데 있음을 밝혀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적었다. ‘가문비나무아래‘는 한참 후에나 갈 듯하다.
늘 그러는 듯 열심히 몰두하면 월급이 미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보이게 할 수 있다. 머리를 단지속에 들이밀고 눈에 힘 주고 뇌를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훌륭하게 보일 수 있다. 이것이 몰두의 의미다.몰입은 다르다. 내가 문제의 단지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되어 보는 것. 그들이 되어봐야 무엇을 어떻게 빠르게 천천히 하나씩 한번에 가능과 불가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몰두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성과를 누릴 수 있지만 지나친 몰입은 오지랖 나댄다고 오해받기 십상이다.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창조력과 생산성을 강조하였지만. 자칫 가벼울 수 있는 이책은 기획의 자세와 삶의 처세까지 언급하므로 가볍지 않다.이제부터라도 몰입은 그만하고 몰두만 하고 살까보다.<기획자의 독서, 김도영>을 읽으며... 잠시 눈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