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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책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3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김재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하이네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는가. 어릴 적에 짓궂은 아버지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여들여 학교에 가서 우리 할아버지는 유대인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던 모습으로? 그 순수함으로? 그렇다. 이 시집은 사랑을 향한 그의 순수함이 묻어 있는 하얀 손수건이다. 하얀 손수건인 까닭은 그의 두 번에 걸친 조각난 사랑 때문이다. 사촌여동생 아말리와 테레제에 대한 두 번의 사랑은 한번도 결실을 못 맺고 그의 현실적 삶의 무능력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그 두 번의 실패한 사랑이 이 시집에 독일 최고의 사랑시를 만들어주었고, 나중에 하이네가 망명처 파리에서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을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서정적 간주곡>에 실려 있는 많은 시들은 사랑시에 있어서 시적 표현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페트라르카 풍의 여성 묘사가 바닥 났을 때 하이네가 등장하여 새로운 사랑시적 표현의 보고를 만들었다. 독일 민요 특유의 4행절에 담긴 애틋한 정조, 그 기본적인 정서를 우리는 세칭 <로렐라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엔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시작되던 노래는 끝 부분에 가면 언제가 급전을 이루며 새로운 결말을 맺으니 이는 하이네가 조롱하던 낭만주의자들, 아니 현실감을 잃은 자신에 대한 자책이 아닐까?
하이네가 얼마나 문학적 감수성을 타고 났는지는 이 시집에서 잘 드러난다. 나중에 그가 정치참여적 성격을 띠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순수문학을 통한 민중의 교화였다. 문학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실을 살아가면 현실 또한 순수하고 아름다워지지 않겠는가. 너무 소박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오의 날을 부드럽게 해줄 수 있는 시가 있다면, 삶의 긴박한 날 중 하루라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시가 있다면...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꿀통에 담긴 고통" 아니던가. 달콤하면 쌉싸름한... 간지러우면서 따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