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의 역사 - 인류 문명사와 함께한 문자의 탄생과 발전
스티븐 로저 피셔 지음, 강주헌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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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고대 문자, 문헌학과 언어학을 연구하며 기원전 8000년 경 징표와 기호 등 시각적 이미지를 부드러운 점토 등 여러 바탕에 새긴 불완전한 문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각적 기호를 종이나 전자 표면 등에 쓴 완전한 문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30년 넘게 추적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저자의 끊임없는 집념과 노력으로 탄생한 이 책을 통해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서판, 기념물의 비문 등에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기록이 문명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도구과 되었으며 문자 덕분에 한 세대의 지적 성취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축적되어 지금의 놀라운 인류 문명이 형성되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조류의 뼈에 일정한 간격으로 새긴 흔적, 그림을 이용한 의사소통으로 이해되는 동굴 벽화, 유럽 최초의 문헌이자 세계 최초로 활자가 사용된 인쇄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관련 문서, 수메르에서 회계장부로 쓰인 점토판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사 박물관안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고대 문자를 해석하는 방법, 이집트 상형문자가 변형을 거듭해서 현재의 알파벳에도 남아 있는 흔적과 1972년에 발사된 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우주선이 출발한 곳과 출발일, 그 판을 제작한 사람들이 새겨진 알루미늄판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님의 말씀처럼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문자가 문명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넘어 사용 방식이 놀랍도록 정교하게 발전해온 문명 그자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거의 6,000년 동안 어느 시대에나 문자라는 경이로운 도구가 있었고 문자는 다양한 용도에서 사회 구성원에게 즐거움을 주는 도구였는데요. 오늘 날 고대 문자는 오래전에 사라진 언어도 우리에게 과거를 말해준다는 점에서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날에는 전적으로 전자 통신에 기반한 문자체계가 세계를 급속히 잠식하고 있고 글로 표현되며 이해되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하는데요. 글쓰기를 행하는 물질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 집니다.

책을 읽으며 문자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글을 쓰는데 필요한 도구와 장치의 양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레이저 각인기가 우리를 대신해서 편지를 타이핑하고 홀로그램글자가 야외 콘서트장의 허공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만 봐도 미지의 영역이 물리적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목소리 응답 시스템이 완벽해지면 읽기도 사라질 것이고 그때부터는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쓸 필요도 없어질텐데요. 글을 읽고 쓰는 즐거움과 편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겼지만 아직도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글말에 의존하고 있으며 문자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적인 요소로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약 4,000년 전 이집트의 필경사에 '사람이 죽으면 몸뚱이는 흙이 되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흙먼지로 부스러진다. 그를 기억에 남게 해주는 것은 문자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고대의 돌과 뼈에 남겨진 자국부터 현대의 컴퓨터와 인터넷 언어까지 문자의 기원와 발전 과정을 추적한 이 책을 읽으며 문자라는 것은 인간 삶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자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온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전세계의 주요 문자 체계, 글자체의 기원과 형태 및 기능과 시간적 변화를 통해 문자의 역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통찰력을 담아낸 이 책은 문자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보는 나침반이 되어 줄 거에요.

본 포스팅은 퍼블리온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아 읽고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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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알게 된 것들 - 만화에세이
허용호 지음 / 득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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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언이 가득한 신간도서 '놀면서 알게 된 것들' 이 책은 총 12개의 챕터로 분류되어 사랑, 생명, 권리, 자유, 시간, 놀이, 행복, 존중 등 저자가 바라보고 마주친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를 만화 형식으로 풀어낸 만화에세이 입니다.

만화 형식이라 가볍게 읽어 볼 수 있는 에세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이십대 초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저자가 흙을 만지고 바람을 만지며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들은 진하고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생태 영성가이신 전희식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 책은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책이며 이 책을 읽는 동안 거울을 보는 듯 나의 얼굴을 마주하며 열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중도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명상으로 극복하며 테라코타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저자는 디지털 그림, 카툰, 일러스트, 동화 등 자유롭게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팬데믹 등에 많은 관심을 쏟으며 인간과 환경, 노동을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가 만난 어린 소녀, 길고양이로부터 그가 늘 고민하는 시간, 마음, 환경에 대한 가치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고, 다시 새순이 돋는 일은 모두 기적같은 일이며 우리는 기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모든 것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그 풍경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르다고 내치기 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인지하고 봐줬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말이 울림을 줍니다. 오늘은 아래쪽에서 보다가 내일은 위쪽에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강 속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강 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다르다는 저자의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겨봅니다.

인생명언이 가득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무심한 발걸음으로 인해 작은 생명들이 무고하게 죽는 일은 없는지, 각자 자신의 역할을 무한히 해내는 그들을 바라보며 보고싶은 것만 보면서 편협한 사고에 갇혀 있지는 않는지 생각 해 봅니다.

190페이지의 글과 그림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나의 무지함을 반성해 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그들에게 큰 재앙을 가져다 줬는지도 모릅니다. 무지의 장막을 스스로 걷어내며 의식적인 노력들을 무의식속에 흘려보내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짜장을 먹을 것인지 짬뽕을 먹을 것인지에서 부터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매번 망설이지요. 책 속 일러스트에서 보여지는 거센 바람속에서 한가지 기준만을 붙들고 있는 남성의 불안한 모습에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확고한 길을 발견했다면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도 마주하는 유혹들에 흔들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태 그래왔듯이 나의 마음은 갈대같아서 이리저리 흔들리기 일쑤였습니다. 다 버리고 독야청청 할 수 있는 강한 의지도 없거니와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은 너무 힘들게만 느껴지니까요.

책을 읽으며 저자의 말대로 갈대같은 나의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릴지라도 부러지지는 말자고 다짐해 봅니다. 선택의 순간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다가올테니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경험으로 삼자고 마음먹어 봅니다.



만화에세이 '놀면서 알게 된 것들' 이 책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세상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고 삶은 누구에게나 아픔과 행복을 고루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가지는 행복한 퍼즐 조각과 불행의 퍼즐 조각들을 통해서 행복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알고 싶으신 분,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인 조각들로 채우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잘 놀기 위해 늘 고민하고 깨닫는 저자의 첫 만화에세이집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행복의 퍼즐조각들로 마음을 채우실 수 있으실 거에요.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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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esign travel JEJU (국문판)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 편집부 엮음, 서하나 옮김 / 밀리미터밀리그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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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사진과 글이 눈을 사로잡는 디 디자인 트래블은 롱 라이프 디자인 LONG LIFE DESIGN을 테마로 활동하는 디앤디파트먼트가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오랫동안 지속되어오고 있는 지역을 개성과 지역다움을 디자인적 관점으로 소개하는 여행안내서 입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35지역을 한 곳씩 소개해온 디 디자인 트래블은 일본어와 영어가 병기된 가이드로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첫 국문판인 'd design travel KYOTO'와 'd design travel
KANAGAWA'그리고 첫 해외 지역판인 d design travel JEJU까지 소개되어 왔습니다.

앞으로의 세대 모두가
다양한 지역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적 관점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_발행인의 말 중에서

여행을 다녀오면 그 곳의 멋진 풍경이 새록새록 떠오르지만 그 이전에 여행지에서 먹은 맛있었던 음식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음식관광은 우리의 입맛과 감각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여행의 목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인것 같습니다.

책을 펼치자 마자 제일 먼저 음식 사진에 매료된 것도 그 이유인것 같은데요. 멸치국수, 돔베고기, 오메기떡 처럼 먹어보았던 음식뿐만 아니라 고사리 육개장, 제주 메밀 비비작작면, 아이스 텐저린 라떼처럼 맛보지 못한 음식들 덕분에 제주 여행의 목적이 선명해 집니다.

P.86
비빔밥이나 냉면, 불고기 등 일본인에게도 한국 요리는 친숙하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편집부가 모르는 제주판 한국요리가 의외로 참 많았다. 그 가운데 기억에 선명하게 남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준 11개 요리를 엄선해 소개한다. 기내식은 되도록 참기를 바란다.


제주도의 맛을 계속 따라가 보았습니다. 전복 비빔밥, 보말과 성게가 들어간 미역국 등 해녀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요리들을 통해 해녀들의 강한 인내심, 대담한 기질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알게되었습니다.

어떤 바다든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무사와 풍요로운 수확,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기원하며 물질을 하는데요. 책에서 소개한 제주도의 해녀들의 지나온 과거에 대해 쓴 시인 허영선님의 '해녀들'이라는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39
마늘, 생강, 보릿가루로 죽을 쑤어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청각이라는 독특한 식감의 해초를 넣은 물김치. 양하, 고사리, 산초잎, 말린 무, 콩잎, 들깨의 줄기와 열매로 절인 장아찌. 장아찌는 제주 특산물인 흑돼지를 삶은 수육에 말아 먹었다.

제주말을 들으면 외국어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됩니다. 보통의 한국어와 비슷하지만 들은 적 없는 표현들로 인해 어리둥절 할때가 많은데요. 한국인에게도 일본인에게도 알기 쉽게 소개된 제주말을 통해 제주의 문화를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하르방, 오름, 올레와 같은 단어는 많이 들어보기도 하고 직접 가보았기 때문인지 낯설지가 않았는데요. 불턱, 궨당, 간세다리와 같은 생소한 말들은 책을 통해 쉽게 알게되었습니다. 간세다리가 게으름뱅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뜻을 살펴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P.112
제주도에는 독특한 언어가 존재한다.
보통의 한국어와 비슷하지만, 육지에 사는
한국인도 들은 적 없는 표현도 있어
외국어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불턱은 제주도의 해녀가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할 때 사용하기 위해 둥글게 쌓은 돌담을 말하는데요. 해변에서 바람을 막고 노출을 차단하는 노천 탈의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일러스트 그림들을 통해 더 쉽고 재미있게 제주말을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는 제주말로 '안녕하수꽈', '감사합니다'는 '고맙쑤다'라고 하는데요. 이 말들은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지만 제주말인지도 모른 채 사용했던 말들은 '알기 쉬운 제주말' 특집편을 통해 공부하면서 잘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15
구덕은 등에 짊어지는 대나무 짜임 바구니를 말한다. 아이를 재우거나 옮길 때 사용하는 것은 애기구덕이라고 한다. 사용법이 다양해서 매력적이다. 차롱은 작은 구덕에 뚜껑이 딸린 대나무 바구니로 주고 도시락통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지금은 차올은 만드는 장인이 줄고 있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 유명한 호텔, 이건 꼭 사야할 것만 같은 특산품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가 오래 기억해야 할 제주의 역사 이야기에 시선이 멈춥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방문하는 제주이지만 실은 슬픈 역사를 지녔습니다.

섬 주민은 일본인에 의해 강제노동을 하고 재산을 몰수당하기도 했습니다. 군경이 아닌 무장대의 손에 희생된 사람도 적지 않았고 무고하게 연루되어 희생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104페이지의 한 구절처럼 지울 수 없는 과거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진정한 제주다움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04
진상 규명을 바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2000년 4.3 특별법이 제정된다. 그 후 2003년 정부의 공식 보고서 확정에 따라 드디어 제주 4.3 사건의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여기까지 오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 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숙박, 인물 6가지 카테고리로 담아낸 디 디자인 트래블은 무분별한 정보가 넘치는 여행 잡지가 아닌, 디앤디파트먼트의 감각으로 검증해 10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생명력과 그 지역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장소를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d design travel JEJU를 읽으며 제주의 개성과 지역다움, 제주만의 디자인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무분별한 정보가 넘치는 여행 잡지가 아닌 개성과 지역다움을 디자인적 관점으로 소개한 여행 안내서를 읽고 싶으신 분들, 그 지역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장소가 선정된 책이 필요하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롱 라이프 철학과 지역을 보는 관점에 공감하며 단순한 관광이 아닌 그 지역에 대해 알고 지역의 오랜 음식과 차를 맛보며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지역다움이 깃은 물건을 구매하는 건강한 여행을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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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리커버) -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
미나가와 아키라 지음, 김지영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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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한 수작업 문양, 자수, 프린트 제품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미나 페르호넨'의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입니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주는 옷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저자의 노력이 큰 울림을 줍니다.

능숙하지 못한 패션일을 선택했지만 열등감 보다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중히 여기고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며 100년 이상 이어갈 브랜드로 키워가는 저자를 보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시작한 지금 훌륭한 스승을 만난것만 같습니다.

나는 패션 업계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한 가지 마음먹은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애초에 못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데는 고작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을 꾸준히 노력하면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도중에 그만 둔다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보잘것없게 만드는 것이며 그것은 일을 잘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보다 훨씬 슬픈일이라고 생각했다.
_미나가와 아키라

저자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만의 철학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후 어려움에 부딪힐 때도 많았지만 일이 주는 보람과 감동을 뼛속 깊이 느끼며 조금씩 성장 해 나가는데요.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며 오랜 시간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미나 페르호넨이 100년은 이어갈 브랜드가 되도록 지반을 다지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을 보며 무엇을 어떻게 일할 것인지, 누구와 어디서 만들어낼 것인지, 동료 혹은 고객과 맺는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직접 부딪히고 피부로 이해해가며 성장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는 저자를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해나가는 힘은 여기에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물은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한 계기다.
그러니까 대상 그 자체에는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을 할지 생각할 땐
분야나 사업의 분류에 구애되지 않고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지
그것만 신중하게 생각하면 된다.
_미나가와 아키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저자는 1995년 핀란드어로 '나'를 뜻하는 '미나'를 설립하는데요. 옷을 만드는 것도 한 사람의 나, 옷을 입는 것도 한 사람의 나. 나라는 자아가 옷을 만들고 나라는 자아가 옷을 입는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이후 2003년에 핀란드어로 나비를 뜻하는 '미나 페르호넨'으로 변경하게 되는데요. 놀라울 정도로 다채롭고 저마다의 멋이 있는 디자인은 나비가 춤추며 날아가듯이 세계의 곳곳에서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화사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텍스타일과 디자인은 한국에서도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표지속 독특한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불규칙한 입자가 원을 그리며 연속해 나가는 자수 문양인 탬버린(tambourine). 미나 페르호넨을 상징하는 이 무늬를 보면서 독립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저자가 이후 100년을 이어나갈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은 충분히 이어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00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적어도 100년은 계속 이어나갈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다시 말해, 창업한 디자이너가 없어도 오래도록 지속될 브랜드이길 바랐다. 그렇기에 나의 이름으로 브랜드명을 짓는 것은 스스로 그리는 미래와 어울리지 않았다.


혼자 일을 하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바닷속에 홀로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지요. 내가 만든 브랜드가 아무런 신뢰도 실적도 없다면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되고 앞으로 돌진할 힘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시간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수영법을 발견해 익힌다면 오랫동안 헤엄칠 수 있을것입니다. 내가 부족하다면 다시 원점해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까지 실력을 쌓아가야 겠다고 생각한 저자의 태도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모든 일을 혼자서 완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앞으로 나아가기.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울퉁불퉁한 모래사장을 한 걸음 한 걸음 발밑을 살피며 나가갈 수 밖에 없지만 천천히 한 번씩 쉬어가는 틈이 생기고 앞으로 계속 해 나가는 힘이 생길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281
지금 내가 만드는 옷에는 아마 경쟁 상대는 없을 것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바닷속에 홀로 있었다. 그 깊은 바닷속에서 어떻게 팔을 움직이고 발을 뻗어 수면 위로 떠오를까. 그것은 오직 그 일에만 집중할 때 가능하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내가 만든 물건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랜 시간 사용해서 손때가 묻을 정도로 긴 세월동안 사랑을 받는다면 더없는 영광이겠지요.

저자의 말처럼 분야나 사업의 분류에 구애되지 않고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지 그것만 신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좋은 기억이 된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쁨이 되고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속도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시대에 오히려 반대로 트렌드를 따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중이신 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며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의 가치를 찾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미나가와 아키라가 구체적이고 생생한 모델이 되어줄거에요.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좋은 기억이
된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이 보인다.
그것이 기쁨일 때는 사물에서
빛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_미나가와 아키라

본 포스팅은 퍼블리온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아 읽고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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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십이 된 너에게 (에세이 버전 + 필사 버전) - 전2권 오십이 된 너에게
박혜란 지음 / 토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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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박혜란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여성학자 박혜란 작가님의 5년만의 신작 에세이 '오십이 된 너에게'는 그간의 저작 중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한 책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들을 엮어 백세시대 한가운데 선 자식같은 후배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에세이 버전은 작가님의 진솔한 메시기가 더욱 담겨 있고 필사버전은 손으로 옮겨 쓰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들이 선별되어 담겨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작가님이 너는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여태 살아 온 것처럼 살아도 된다고 등을 토닥여 주시는 것만 같습니다.
I세상의 모든
딸들과 아들들을 위하여

여성학자 박혜란 작가님은 지난 40년간 여성, 가족, 육아, 나이듦에 관한 책을 다수 출간하시고 3천회 이상 강연을 해오시고 유퀴즈에도 나오셔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죠. 일관성 있는 발자취만큼이나 그녀의 생각과 철학에는 흔들림이 없어 대한민국 여성들이 그녀를 멘토라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인생의 딱 절반의 나이. 저자의 50대를 읽으며 내게는 50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졌습니다. 생활도 안정되고 마음도 좀 느긋해지면 좋겠는데 내 생각대로 흘러갈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런 걱정들이 조금은 사라졌습니다.

힘들게만 느껴지는 육아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너무 걱정하지마라, 나도 그랬어, 그냥 비틀대면서 용케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옆에서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저자의 말이 저에게는 듣기 전보다 듣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든든해지는 삼시세끼 같은 말들로 다가왔습니다.

너는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냥 여태 살아 온 것처럼 살아도 돼.
나도 그랬어.
그냥 비틀대면서 용케 여기까지 걸어왔어.

I마음이 든든해지고
편안해지는 말들
육아를 하며 힘들 때 마다 74페이지를 펼쳐 보았습니다. 문득 문득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을 때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을 언젠가는 떠나갈 손님처럼 생각하니 지금 이 시간들이 더 애틋하게 여겨졌습니다. 금방 커버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손님에게는 이래라저래라 할 수가 없는데 아이들을 손님으로 본다면 내뜻대로 하기가 힘드니 내뜻대로만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말을 덜 하게 되고 평소에도 자식을 언젠가는 떠날 손님이라 생각하며 힘들게만 느껴지는 이 시간들을 잘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74
나는 아이들을 간섭하지 않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을 간섭하지 못한 엄마였을지 모르겠다. 나는 애초부터 아이들을 언젠가는 떠나갈 손님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려운 손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주인이 없듯이, 아이들을 손님으로 본다면 어떤 엄마가 감히 아이들을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 할까.
I안도감과 자신감을
주는 멘토의 말들
내 아이는 내가 좋아서 키우는 것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도 인상적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이 키우기의 목표이자 재미라는 것을 너무 자주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쉽게 키우면 쉽게 자라고 부모가 어렵게 키우면 어렵게 자란다는 말이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남 보란 듯이 사는것을 삶의 목표로 두지 않고 나 나름대로 사는 것을 목표로 둔다면 아이와 부모가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62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이키우기의 목표이자 재미다. 남에게 너 참 아이 잘 키웠다라는 말을 듣고 우쭐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한마디로 내 아이는 내가 좋아서 키우는거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키우는게 아니다.

I손으로 옮겨쓰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
살면서 항상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참 쉽고도 어렵게만 느껴지지요. 저자의 말처럼 평소에는 '내 주제에 이만하면 과분하지'라며 가진 것에 고마워하다가도 어느 날 불쑥 내가 더 가질 수 있는데 억울하게 놓친 것 같아서 앙앙불락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들이 눈에 들어 올 때 내가 가진것은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크게 보이는 때도 있어요. 그렇게 남과 비교하는 순간 나의 행복은 사라져 버립니다. 행복은 바깥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는 간단명료한 진리를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필사를 하면서 마음에 와닿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쓰며 마음에 새기니 지금 이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남의 탓을 하지 않으며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겟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것은 참 쉽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조그만 일에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어느새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p.28
행복한 사람은 표정이 늘 편안하게 보인다. 행복한 사람은 잘 웃는데다 매사에 긍정적이라 상대방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행복한 사람은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웬만한 행동이나 말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없다.

인생에도 연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을때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 육아를 하며 힘이 들때는 더욱 그런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오늘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들에 연습을 해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생에도 연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번쯤은 제대로 살아보게.
I백세시대 한가운데 선
자식 같은 후배들에게

필사하기좋은책 '오십이 된 너에게'는 여성학자 박혜란작가님이 그동안 쓰신 책 내용 중 오십을 바라보거나 오십이 된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내용에 새로운 글을 더해 탄생한 책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님이 어깨를 토닥토닥 해 주시는 것 같아 빙긋 웃게 되는데요.

스스로 쓰린 마음에 공감과 위로를 받고 불안한 마음에 안도감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필사하며 마음깊이 새기다 보면 오늘을 살아낼 기운을 얻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해지는
삼시 세끼 같은 말들
"인생에는 공짜도 없고
헛수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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