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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역사 - 인류 문명사와 함께한 문자의 탄생과 발전
스티븐 로저 피셔 지음, 강주헌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11월
평점 :
문자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고대 문자, 문헌학과 언어학을 연구하며 기원전 8000년 경 징표와 기호 등 시각적 이미지를 부드러운 점토 등 여러 바탕에 새긴 불완전한 문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각적 기호를 종이나 전자 표면 등에 쓴 완전한 문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30년 넘게 추적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저자의 끊임없는 집념과 노력으로 탄생한 이 책을 통해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서판, 기념물의 비문 등에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기록이 문명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도구과 되었으며 문자 덕분에 한 세대의 지적 성취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축적되어 지금의 놀라운 인류 문명이 형성되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조류의 뼈에 일정한 간격으로 새긴 흔적, 그림을 이용한 의사소통으로 이해되는 동굴 벽화, 유럽 최초의 문헌이자 세계 최초로 활자가 사용된 인쇄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관련 문서, 수메르에서 회계장부로 쓰인 점토판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사 박물관안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고대 문자를 해석하는 방법, 이집트 상형문자가 변형을 거듭해서 현재의 알파벳에도 남아 있는 흔적과 1972년에 발사된 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우주선이 출발한 곳과 출발일, 그 판을 제작한 사람들이 새겨진 알루미늄판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님의 말씀처럼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문자가 문명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넘어 사용 방식이 놀랍도록 정교하게 발전해온 문명 그자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거의 6,000년 동안 어느 시대에나 문자라는 경이로운 도구가 있었고 문자는 다양한 용도에서 사회 구성원에게 즐거움을 주는 도구였는데요. 오늘 날 고대 문자는 오래전에 사라진 언어도 우리에게 과거를 말해준다는 점에서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날에는 전적으로 전자 통신에 기반한 문자체계가 세계를 급속히 잠식하고 있고 글로 표현되며 이해되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하는데요. 글쓰기를 행하는 물질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 집니다.
책을 읽으며 문자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글을 쓰는데 필요한 도구와 장치의 양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레이저 각인기가 우리를 대신해서 편지를 타이핑하고 홀로그램글자가 야외 콘서트장의 허공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만 봐도 미지의 영역이 물리적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목소리 응답 시스템이 완벽해지면 읽기도 사라질 것이고 그때부터는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쓸 필요도 없어질텐데요. 글을 읽고 쓰는 즐거움과 편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겼지만 아직도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글말에 의존하고 있으며 문자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적인 요소로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약 4,000년 전 이집트의 필경사에 '사람이 죽으면 몸뚱이는 흙이 되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흙먼지로 부스러진다. 그를 기억에 남게 해주는 것은 문자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고대의 돌과 뼈에 남겨진 자국부터 현대의 컴퓨터와 인터넷 언어까지 문자의 기원와 발전 과정을 추적한 이 책을 읽으며 문자라는 것은 인간 삶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자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온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전세계의 주요 문자 체계, 글자체의 기원과 형태 및 기능과 시간적 변화를 통해 문자의 역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통찰력을 담아낸 이 책은 문자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보는 나침반이 되어 줄 거에요.
본 포스팅은 퍼블리온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아 읽고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