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리커버) -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
미나가와 아키라 지음, 김지영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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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한 수작업 문양, 자수, 프린트 제품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미나 페르호넨'의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입니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주는 옷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저자의 노력이 큰 울림을 줍니다.

능숙하지 못한 패션일을 선택했지만 열등감 보다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중히 여기고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며 100년 이상 이어갈 브랜드로 키워가는 저자를 보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시작한 지금 훌륭한 스승을 만난것만 같습니다.

나는 패션 업계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한 가지 마음먹은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애초에 못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데는 고작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을 꾸준히 노력하면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도중에 그만 둔다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보잘것없게 만드는 것이며 그것은 일을 잘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보다 훨씬 슬픈일이라고 생각했다.
_미나가와 아키라

저자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만의 철학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후 어려움에 부딪힐 때도 많았지만 일이 주는 보람과 감동을 뼛속 깊이 느끼며 조금씩 성장 해 나가는데요.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며 오랜 시간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미나 페르호넨이 100년은 이어갈 브랜드가 되도록 지반을 다지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을 보며 무엇을 어떻게 일할 것인지, 누구와 어디서 만들어낼 것인지, 동료 혹은 고객과 맺는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직접 부딪히고 피부로 이해해가며 성장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는 저자를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해나가는 힘은 여기에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물은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한 계기다.
그러니까 대상 그 자체에는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을 할지 생각할 땐
분야나 사업의 분류에 구애되지 않고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지
그것만 신중하게 생각하면 된다.
_미나가와 아키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저자는 1995년 핀란드어로 '나'를 뜻하는 '미나'를 설립하는데요. 옷을 만드는 것도 한 사람의 나, 옷을 입는 것도 한 사람의 나. 나라는 자아가 옷을 만들고 나라는 자아가 옷을 입는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이후 2003년에 핀란드어로 나비를 뜻하는 '미나 페르호넨'으로 변경하게 되는데요. 놀라울 정도로 다채롭고 저마다의 멋이 있는 디자인은 나비가 춤추며 날아가듯이 세계의 곳곳에서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화사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텍스타일과 디자인은 한국에서도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표지속 독특한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불규칙한 입자가 원을 그리며 연속해 나가는 자수 문양인 탬버린(tambourine). 미나 페르호넨을 상징하는 이 무늬를 보면서 독립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저자가 이후 100년을 이어나갈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은 충분히 이어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00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적어도 100년은 계속 이어나갈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다시 말해, 창업한 디자이너가 없어도 오래도록 지속될 브랜드이길 바랐다. 그렇기에 나의 이름으로 브랜드명을 짓는 것은 스스로 그리는 미래와 어울리지 않았다.


혼자 일을 하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바닷속에 홀로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지요. 내가 만든 브랜드가 아무런 신뢰도 실적도 없다면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되고 앞으로 돌진할 힘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시간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수영법을 발견해 익힌다면 오랫동안 헤엄칠 수 있을것입니다. 내가 부족하다면 다시 원점해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까지 실력을 쌓아가야 겠다고 생각한 저자의 태도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모든 일을 혼자서 완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앞으로 나아가기.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울퉁불퉁한 모래사장을 한 걸음 한 걸음 발밑을 살피며 나가갈 수 밖에 없지만 천천히 한 번씩 쉬어가는 틈이 생기고 앞으로 계속 해 나가는 힘이 생길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281
지금 내가 만드는 옷에는 아마 경쟁 상대는 없을 것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바닷속에 홀로 있었다. 그 깊은 바닷속에서 어떻게 팔을 움직이고 발을 뻗어 수면 위로 떠오를까. 그것은 오직 그 일에만 집중할 때 가능하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내가 만든 물건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랜 시간 사용해서 손때가 묻을 정도로 긴 세월동안 사랑을 받는다면 더없는 영광이겠지요.

저자의 말처럼 분야나 사업의 분류에 구애되지 않고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지 그것만 신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좋은 기억이 된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쁨이 되고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속도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시대에 오히려 반대로 트렌드를 따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중이신 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며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의 가치를 찾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미나가와 아키라가 구체적이고 생생한 모델이 되어줄거에요.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좋은 기억이
된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이 보인다.
그것이 기쁨일 때는 사물에서
빛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_미나가와 아키라

본 포스팅은 퍼블리온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아 읽고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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