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기억한다고 믿었던 일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고,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박보미 작가의 첫 장편소설 『그루잠』은 현실과 꿈,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리 미스터리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주인공 윤설의 삶에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반복된다. 모진 현실을 홀로 견디는 동안 선과 악, 믿음과 배신의 경계는 흐려지고, 익숙했던 세계도 조금씩 낯선 얼굴을 드러낸다.
'그루잠'은 잠에서 깬 뒤 다시 드는 잠을 뜻한다. 잠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꿈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소설은 현실과 환상을 끊임없이 뒤섞는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기억의 잔해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곳곳에 흩어진 복선과 상징은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고,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과 문장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윤설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해왕성을 상상한다. 계절조차 없을 것 같은 차갑고 먼 행성은 잠시 현실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윤설은 말한다.
"그리고 사실 해왕성에도 여름은 온다."
아무리 멀리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도 새로운 계절은 찾아온다. 긴 겨울처럼 계속되던 고통도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은 이유를 찾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작고 다정한 위로처럼 다가왔다.
『그루잠』은 죄와 선의, 구원과 체념, 원망과 용서를 따라가며 상처받은 사람이 끝내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과정을 그린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두 개의 세상과 지워진 기억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선함은 과연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는지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꿈에서 잠시 깨어났다가 다시 잠드는 그루잠처럼, 이 소설이 남긴 기묘하고 쓸쓸한 여운도 한동안 마음속에서 이어진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해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마지막에 흩어진 단서가 연결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상처, 선의, 원망과 용서에 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
·결말을 읽은 후 처음부터 다시 펼쳐보고 싶은 소설을 찾는 독자
https://m.blog.naver.com/doong2mom2_/224349826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