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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평점 :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게 됩니다. 빠르게 줄거리를 따라가는 책보다 한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추고, 마음에 남는 구절을 손으로 옮겨 적고 싶은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가을에 읽기 좋은 책이자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자연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고향을 그리워하는 방랑자, 언어와 그림, 음악을 사랑했던 예술가로서의 헤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책에는 헤세가 자연과 향수, 인간과 예술, 여행을 주제로 써 내려간 57편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1부 '나를 부르는 환희, 자연'부터 5부 '일상의 기적, 여행'까지 이어지는 글들은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니라 독립된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날 마음이 향하는 제목을 골라 한두 편씩 천천히 읽기에도 좋습니다.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는 동안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헤세가 바라본 자연과 삶의 풍경이 내 안에 오래 머뭅니다. 많은 분량을 채우려고 하기보다 하루에 한 문장씩 기록해도 충분합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삶의 정답을 단정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아닌 잠시 걸음을 늦추고 우리가 무심코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자연을 바라볼 여유, 마음속에 간직한 고향, 인간에 대한 믿음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발견하게 되지요.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는 감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잊고 있던 마음을 깨우고 더 나은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도 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마음에 남은 문장을 한 줄씩 필사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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