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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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페미니즘을 마음먹고 공부해보자! 싶어서 선택한 <이상한 정상가족>.

가족이 정상인데 왜 이상한가 싶은 책 제목답게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제도 덕분에 결혼마저, 가족제도마저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 읽은 후 지금은 소위말해 나도 빻은 생각을 정말 많이 했구나, 틀에 박혀있구나 하는 마음이다.


벼랑 끝에 몰린 미혼모가 영아유기라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은 여성만 받는다. 현행법이 직접 아이를 버린 행위를 한 사람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친부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거절당해 아이를 유기했을 때도 친부는 법적 책임이 없다. 아이는 남녀가 함께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데 왜 여성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걸까. (p.113)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미혼모를 얼마나 등한시하는 부분이였다. (저자는 '미혼모'라는 단어 대신 '비혼모'라는 단어를 지향해야한다했지만, 독자의 편의상 미혼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도 같은 이유로 미혼모라는 말을 대신해 쓰겠다.)

미혼모라는 말은 있어도 왜 미혼부라는 말은 없을까, 원하지 않는 임신은 왜 남자는 나몰라라, 여자만 책임져야하고 정부와 대중은 왜 비혼상태의 임신을 여자탓만하고 여자만 더럽게 쳐다보는걸까? 이 나라가 약자와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라는 동안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비혼인들의 보장제도와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악순환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목차처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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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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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김범준 교수님의 신간 “관계의 과학”을 받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과학 분야 책은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읽은 지 정말 오래됐는데 과학책이라니, 그것도 통계물리학이라니. 그럼에도 목차부터 자세히 살펴보고 묵묵히 읽는 것에 도전했다. (서포터즈 활동을 잘리면 안 되니까..) 그리고 완독에 성공했다. 미리 말하자면, 오랜만에 읽은 과학책의 완독을 할 수 있었던 건 깔끔하게 잘 쓰여진 책 한 권 덕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목차마다 과학의 용어를 이용해서 다양한 관계의 설명을 한다. 평범한 설명도 아니고 정말 재미있는 관계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으로 우정을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마당발이 있는 관계망과 마당발이 없는 관계망을 설명하고, 중력파 검출 실험의 예로 차은우와 필자가 닮음을 증명하는 합성사진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변화는 소수의 훌륭한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p45


내가 책을 읽고 제일 좋아했던 문장이다. ‘관계의 과학’이 좋았던 점은 단순히 과학으로 과학의 관계만 설명한 것 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현시대의 문제점과 사회 환경의 관계까지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그것도 재미있고 쉽고 술술 잘 읽히게. 목차 앞에 붙여놓은 과학용어만 어렵지 그와 관계된 설명들은(또는 현상들)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과학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일단 30페이지만 읽어보세요, 그러면 그 뒤는 알아서 읽게 될 거예요..’ 믿고 보는 동아시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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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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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눈빛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마치 타오르는 듯했다. 기계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충담은 두려웠다. 로봇은 충담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 너머,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제야 충담은 깨달았다. 이 로봇은 단순히 인간을 닮은 게 아니다. 인간 이상의 무언가다. (p.188)

 

얼마 전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알게 된 후 한국과학문학상의 존재와 재미있는 SF 소설책을 만드는 허블도 알게 됐습니다. 이어서 이번에는 허블을 통해 재미있는 SF 소설 한 편을 만나게 됐습니다. 박해울 작가의 <기파>입니다.

 

주인공 충담은 딸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우주에서 택배를 배달합니다. 그러다 지구에서 영웅으로 알려진 의사 기파를 찾는 재단의 어마어마한 사례금을 알게 되고, 난파된 우주선 오르카호에 찾아 오릅니다. 난파된 오르카호는 충담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어느새 충담은 오르카호 안에서 만난 아누타와 의사 기파를 수색하며 난파된 오르카호의 진실을 쫓게 됩니다.

 

<기파>가 재미있었던 점은 미스터리의 소재도 사용하고, SF배경의 이야기지만 쉽게 읽히고 이해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이야기는 현재 시점에서 난파된 우주선에서의 일을 기억하며 시작합니다. 단순한 우주선 난파사고가 아닌 듯한 분위기를 띄우며 사건의 진상을 거스르는 내용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단편소재처럼 소설 속 기파의 평전을 심은 것도 센스있고 재미있는 소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여느 과학소설처럼 단순히 과학적 소재만 부각시킨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삶과 모호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고민하도록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우리가 알던 영웅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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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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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나는 그것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큰 연못에서 노는 큰 물고기,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거란다.

 

아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정의할까, 그런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대니얼 윌리스의 <빅 피쉬>는 주인공 윌리엄이 평범한 사람이면서 위대한 신화적 영웅이기도 한 그의 아버지인 에드워드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단편적으로 구성된 에드워드의 삶은 마치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머리 둘 달린 여자를 만나고, 아름다운 여자를 쟁취하고, 마음에 드는 마을을 만나더니 그 마을을 통째로 살 수 있는, 홍수로 난리가 난 마을을 구하는 아버지는 마치 신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스운 농담으로 아들의 걱정을 지우려는 아버지의 모습도 위대한 영웅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신처럼 보이고 싶었던 아버지, 아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에드워드는 윌리엄에게 영웅처럼 보이고 싶었던 영웅이었다.

 

내가 자라남에 따라 아버지는 줄어들었다. 이런 논리라면 언젠가 나는 거인이 될 것이고 에드워드 블룸은 너무나 작아져서 이 세상에서 보이진 않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점점 너무나도 작아지는 아버지를 어떻게 보내야하고 어떻게 기억해야할까. 신화 속 영웅이기도 한, 큰 물고기처럼 보이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 본문 중 제일 아름답다고 느꼈던 문장

그는 자기 딸이 하늘에 달을 걸어놨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때때로 실제로 그렇다고 믿었다. 딸이 하늘에 달을 걸지 않았더라면 하늘에는 아예 달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별들은 무수한 소원들이며, 그리고 언젠가는 그 소원들 모두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 자신의 딸을 위해서 말이다. 그는 딸이 어렸을 때 딸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지금은 그가 늙었기 때문에, 그 생각을 하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믿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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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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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아시아출판사 계열의 허블을 알게되고 좋은 공상과학소설을 몇 권 접해봤는데 운좋게 서평단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책 중 한 권은 올해 정말 많은 관심이 갔던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평소 독서편식이 심한 나는 SF 소재를 안 읽은지 꽤 오래된 탓에 김초엽이라는 작가분도 눈에 익지 않았고, 한국과학문학상에서 한 작품은 대상을 한 작품은 가작, 놀랍게도 두 작품의 수상경력이 있단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SF는 끊은지(?) 오래라 서평단에 뽑히고 얼떨떨했다. “다 읽을 수는 있을까?”,

“서평에 뭘 적어야 하는거지?” 등. 결론부터 말하면 괜한 걱정이었고 나는

김초엽 작가한테 사랑에 빠졌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모든

작품들이 재미는 기본, 문장력이 좋아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다 빛나고 있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이다. (세 작품 중 두 작품은 수상작 출신인데, 내가 좋다고 느낀 만큼 다른 사람들도 좋은 느낌을 받아 수상을 받았나보다!)

"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남자는 노인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87‧188p

이 일곱 가지의 단편집의 매력은 전부 다 SF의 과학기술을 배경과 소재로 사용했지만 정작 인류가 그러한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 의해 위험에 처한 상황, 타인과의 관계, 나를 통해 깨닫는 나의 생각 등.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이야기의 주인이 되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매력적인 단편집이다.

"

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318‧319p

누가 나에게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해달라고하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추천할 것이다. 앞으로의 길이 기대되는 젊은 작가를 알아 정말 다행이다. 빛나는 글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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