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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올해 동아시아출판사 계열의 허블을 알게되고 좋은 공상과학소설을 몇 권 접해봤는데 운좋게 서평단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책 중 한 권은 올해 정말 많은 관심이 갔던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평소 독서편식이 심한 나는 SF 소재를 안 읽은지 꽤 오래된 탓에 김초엽이라는 작가분도 눈에 익지 않았고, 한국과학문학상에서 한 작품은 대상을 한 작품은 가작, 놀랍게도 두 작품의 수상경력이 있단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SF는 끊은지(?) 오래라 서평단에 뽑히고 얼떨떨했다. “다 읽을 수는 있을까?”,
“서평에 뭘 적어야 하는거지?” 등. 결론부터 말하면 괜한 걱정이었고 나는
김초엽 작가한테 사랑에 빠졌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모든
작품들이 재미는 기본, 문장력이 좋아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다 빛나고 있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이다. (세 작품 중 두 작품은 수상작 출신인데, 내가 좋다고 느낀 만큼 다른 사람들도 좋은 느낌을 받아 수상을 받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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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남자는 노인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87‧188p
이 일곱 가지의 단편집의 매력은 전부 다 SF의 과학기술을 배경과 소재로 사용했지만 정작 인류가 그러한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 의해 위험에 처한 상황, 타인과의 관계, 나를 통해 깨닫는 나의 생각 등.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이야기의 주인이 되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매력적인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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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318‧319p
누가 나에게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해달라고하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추천할 것이다. 앞으로의 길이 기대되는 젊은 작가를 알아 정말 다행이다. 빛나는 글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