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 작가의 소설을 좇아 읽다보면 요즘 유행하는 도파민 터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인물들이 정말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서 내가 글에서까지 이런 상황을 봐야만 하는건가 싶지만, 뭔가.. 계속 읽힌다! 정말.. 사기, 자녀문제, 배신, 가족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나오는데 왜 계속 읽고 싶지? 아마 그 안에서도 재미있는 상황은 있고 그걸 놓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읽게 된다. ‘맞서지 말고 도망쳐서 숨어도 괜찮아, 그렇게라도 살으렴’이라는 조언을 받는 기분..! 인물들을 보면서 내가 헤쳐나갈 때 살짝 따라해 볼만한 힌트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태은은 그것들을 알아버린, 알아버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걷고 싶은 하나의 길을 알아버린 것이 문제였다. (p.90)하지만 사랑한다는 건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었다. 한마음. 한뜻. (p.148)*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좁은 거실과 방 한 칸을 차지하기 위해 책임져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선우는 노랐다. 방문객을 상대하고 공과금을 내고 건물주의 고민을 들어주고 무엇보다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했다. (p.19)회사와 가족에 지친 주인공 '선우'가 우연히 휴양림 속 고라니 매점 아래의 고라니 호텔로 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매점 지하 대피자들". 막상 가보니 고라니 호텔은 호텔이라기엔 길고 넓은 터널같은 땅속 지하에서 삽으로 직접 흙을 파고 굴을 만들어야하는 개미굴 같은 호텔이다. 정말 말 그대로 야생동물이 살 것 같은 작은 굴..🪨그런데 이런 굴들에 먼저 입주해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사람들도 선우처럼 어떤 사연들이 있어서 오게 되었고, 선우가 오기 전의 고라니 호텔에서 뭔가 수상쩍은 일을 벌인 것처럼 수상하면서도, 그럼에도 굴에 있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회복하며 서로 느슨한 돌봄과 연대를 시작한다.사실 회피를 꽤 자주하는 나도 다 때려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아서 너무 이해되는 선우였다. 누군가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지만(김수산나..?) 누가 그러기 싫어서 그러나요.. 그리고 그 도망이 결국엔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어서 하는 선택인걸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굴 안에 살고 있고 이런 선택도 괜찮다고 말해주는게 이 소설의 메시지인 것 같다.✍️🏻 굴에 있던 이들이 잘 살기를 바란다 (p.259)나또한 굴에 있던 사람들이 잘 살기를 바란다, 나도, '매점 지하 대피자들'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 다른 독자들도.
반려견 강아지가 나온다고 해서 읽은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작가의 장편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특유의 가벼운 유머가득한 문장들이 적응 안되어 불편하고 별로였는데, 읽다보니 이시봉과 주인공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조마조마하는 바람에 그 문장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단 강아지 나오는 소설이라 뭘 어째도 합격이긴했어..."사랑은 예측 불가능한 일을 겪는 거야."아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더 그래." (p.123)두꺼워서 언제 다 읽나, 했는데 이제 읽을 이시봉이 없다. 좀만 천천히 읽을걸.. 이제 읽을 이시봉이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