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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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1열> 시즌3는 그가 살렸다고 볼 정도로 발군의 진행자라 여기는 봉태규 배우. 자연스러운 진행은 뛰어난 공감능력과 경청하는 자세 덕분이니 인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가정에 충실한 모습부터 사진작가인 아내를 하시시 박 작가님이라 부르며 존중하는 모습까지, 내 기준에 꽤 괜찮은 어른의 일면을 갖춘 그였기에 읽어보기로 한 책이다.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의 아들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인간 봉태규의 이야기는 스물네 살 청년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이후의 일로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다른 노동자들이 당신의 아들처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고 오늘도 외치고 있단 사실을 전한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담론일 수 있음을 알고 연대해야 다 함께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고,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선택한 적 없는 가족이 남겨준 어린 날의 상처와 이를 치유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털어놓는데… 누구보다 원망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본인이 아빠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다는 치트키를 여러 번 쓴 바람에 베갯잇을 흠뻑 적셨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에게는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고, 사랑받는 가족구성원이 되고도 싶은 봉태규의 노력은 계속된다. 행복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을…그래도 헛되진 않을 거다. 서른을 훌쩍 넘긴 봉태규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통해 가장 무섭고 올바른 훈육을 경험하게 되었듯이.

마지막으로 '괜찮은 어른'이란 뭘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에 책임을 다하면서 스스로도 지킬 줄 아는 사람?
솔직히 나의 현재는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어른'에 미치지 못한다.
당신이 어떤 정의를 내리든 그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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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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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작가정신이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시리즈 '소설, 잇다'의 두 번째 작품.

이번에는 1946년에 발표한 소설 <도정>으로 호평받았으나 남편인 시인 임화의 그늘에 가려지고 월북 이력까지 더해져 오랜 시간 잊힌 지하련 작가와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수상경력을 보유한 임솔아 작가가 만났다.

솔직히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간 수록된 단편들의 진가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다행히 이 시리즈가 친절하다. 작가소개도 간단한 이력이나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작가가 근대 문학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재창조했는지까지 에세이 한 편으로 상세히 알려준다. 여기에 문학평론가의 해설(심지어 본편보다 더 매력적)까지 더했으니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있을까.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가장 진실한 표정이 궁금하다면
한국문학을 사랑한다면
무엇보다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궁금하다면

일독해보시길 (개인적으론 시리즈의 첫 책 #우리는천천히오래오래 가 더 좋았다)

체향초 : 고향에 머물며 겪은 일을 간단하게 묘사한 글
부박하다 : (형) 천박하고 경솔하다.

사랑 없는 이념은 공허하고 이념 없는 사랑은 부박하다. 쉽게 공허해지고 그보다 쉽게 부박해지는 것이 인간의 삶일진대, 사랑이 동반된 이념을 실천하고 이념을 잊지 않은 채 사랑하기 위해 지하련은 우리에게 "가장 독립한 인간"이 될 것을 요청한다. 그에게 가장 독립한 인간이란 스스로가 허락하지 않으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사랑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박혜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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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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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던 책의 전면 개정판을 이렇게 반가워한 적이 있던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정철 님의 카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글을 쓰고도 싶었기에 걸핏하면 꺼내보던 책인데 한동안 찾지 않았다.

정치색이 분명하고 지지당 관련 이력도 많은 분이다 보니 연관 일화나 카피가 많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 출간 당시에는 선망받았을지언정 이젠 이름 석자만으로 불쾌감을 일으키는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배신감이 컸던 나는 이 책마저 보기 싫었다.

저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는지 개정판 서문에 이러한 말을 덧붙였다.

📚기존 <카피책>은 초고였다 생각하고 모질게 수선했습니다. 구닥다리 감성을 지닌 문장과 사례들을 버렸습니다. 정치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그래서 절반 가까운 독자가 불편해했던 카피들도 상당량 버렸습니다. 책의 두께만 키우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몇몇 장도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새로 작업한 카피, 더 적절한 사례, 더 쉬운 문장으로 채웠습니다. 비주얼 작업도 다시 했습니다. 이제 아쉽다는 말을 조금이라도 덜 듣게 되었으면 합니다.-p.7

✨️ 그의 바람대로 되었다. 새로 태어난 <카피책>을 손이 자주 가는 곳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으니. 그럼 또 봐요.

✅️휴머니티가 녹아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나다운 글을 쓰고 싶다면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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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말 한마디
필 M. 존스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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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방송작가들은 출연자가 갑자기 출연을 취소하거나 이미 세팅 다 해놨는데 뭔가를 바꿔달란 식의 곤란한 요청을 받는 일이 워낙 많다 보니 벨소리가 울리는 순간부터 불안하다.

발신자를 보아하니 역시 희소식은 아니겠다 싶으면 일단 부재중으로 넘긴다. 상황 체크부터하고 혼자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설득의 기술을 발휘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럴 때 상황을 좀 더 수월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서 읽은 책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화술 전문가의 저서이다 보니 세일즈와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응용 가능한 실전대화법이라 본다.

설득이나 협상을 다룬 자기계발서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다소 뻔한 내용일 수 있겠으나 전부 체화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이 책을 한번씩 들여다보는 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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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의 산책 -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사이 몽고메리 지음, 김홍옥 옮김 / 돌고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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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외에 영장류학에 크게 기여한 여성이 2명 더 있었다.

고릴라와 함께한 다이앤 포시,
오랑우탄과 더불어 살아 온 비루테 갈디카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으니

하나, 연구 시작 당시 이들은 고등교육기관에서 동물 연구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대학 졸업장 없이 동물 연구에 뛰어들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놀라운 과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둘, 그들이 고안한 연구 방법은 야생동물학자들의 것보다 인류학자가 취하는 것에 가까웠다. 주류였던 남성 과학자들은 연구 대상 동물과 사적 관계를 맺지 않고 감정적 거리를 유지했지만, 이들은 동물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인간과 동물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들이 경이로웠다. 그래서 잔인하게 살해된 고릴라 디짓과 다이앤 포시의 마지막이 더 안타까웠다. 밀렵꾼들에 의해 살해된 디짓과 알려지지 않은 가해자에 의해 살해된 다이앤은 현재 나란히 묻혀 있다.

✨️다이앤이 살해되었을 때 '자업자득이다, 다이앤이 피살당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라는 식의 의견이 앞다퉈 나왔다고 한다. 그녀가 '적극적인 환경보호'라는 미명 하에 반밀렵 순찰대에 자금을 지원하고, 밀렵꾼을 고문하다 못해 그들의 아이까지 납치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만 보면 그런 사람을 고릴라 연구의 선구자로 추앙하는 데 의문이 생길 법 하다. 나도 그녀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계모만도 못한 친모와 양부가 어린 다이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고릴라 연구에 평생을 바치다 살해된 딸의 조문식에 참여하는 엄마라는 인간이 당당히 밍크 코트를 걸치고 나타나질 않나,

딸이 미리 작성한 유언에서 책이나 영화 저작권에 따른 수익금을 전액 '디짓 기금'으로 보내도록 해두었음에도 굳이 소송을 제기해 그 돈을 차지한 인간들인 걸 알고 나니… 다이앤 역시 잔혹한 인간이 낳은 희생양 같달까.

부모란 인간들이 한 짓이 돈 몇 푼에 눈이 멀어 동물원에 팔아넘길 새끼 한 마리를 생포하기 위해 성인 고릴라 열 마리를 살해한 인간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인간의 욕심은 왜 끝이 없는 걸까.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지 않고 그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날은 올 수 없는 걸까.
한숨이 깊어지지만 최소한의 희망을 놓고 싶진 않다.

제인과 다이앤, 비루테처럼 따뜻한 사람들도 계속 있을 테니까…아직은 희망이 있다.

📚동물을 우리에 가둔 채 먹이를 주거나 인간이 다친 동물을 도와주는 경우를 위시한 대다수 인간-동물 관계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위해 뭔가를 합니다. 하지만 다이앤과 고릴라는 완전히 평등한 조건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서로 함께 있기만 원했습니다.-p.101

📚 디짓이 보였다. 다이앤은 그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디짓과 만난 시간이 그를 너무 인간 지향적으로 만들어 그가 밀렵꾼에게 훨씬 더 취약해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래서 그 집단으로부터 5미터 정도 떨어져 젖은 나뭇잎 속에 그냥 서 있었다. (중략) 몇 분 쯤 지났을 때 다이앤은 어깨에 누군가의 팔이 얹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중략) 디짓은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다이앤을 바라보고 그녀 손을 매만지면서 옆에 앉았다. 거센 비가 안개비로 잦아들자 다이앤은 디짓의 넓적다리를 베고 누웠다. (중략) 다음 날 이언이 머리와 손을 난도질당한 채 살해된 디짓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의 몸에는 창에 찔린 상처가 다섯 군데나 있었다. (중략) 아무리 통곡해도, 어떠한 주문을 외거나 기도해도 디짓을 잃은 그녀의 고통이 줄어들 수는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다이앤은 일기장 한 바닥을 오직 한 단어만 계속 쓰고 또 쓰며 채웠다. "디짓 디짓 디짓 디짓 디짓 ……."-p1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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